저는 일하는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떠한 내 안에서 끓어 나오는 열정(passion), 그리고 어떠한 목적의식(purpose)라고 생각해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공감이 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저 같이 하루 일 안 해도 개인 일이기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 (그러나 그러다 영원히 일이 없어질 수도 있는), 혼자 일하는 사람들, 예술가에게 더 적용되거나 아니면 나의 day job은 있지만 다른 열정이 있어서 그것을 틈틈이 하는 분들이 더 공감하실 수도 있어요.
다시 자막을 왜 자꾸 바꿨는 지로 돌아와서, 글의 스탠스를 자꾸 바꿨기 때문이에요. 너무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말투가 나오는 때가 있는데 다시 읽으면 부끄럽더라고요. 그렇지만 내가 정말 많이 고민한 것이긴 해서 자신감을 가져도 되긴 한데 preach(설교) 하는 스타일은 제가 제일 경계하는 방식이에요. 나의 방식으로써 소개할 순 있지만,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 영상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할 테니까요.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한 2-3번을 엎었나 봐요. 그냥 영상을 날려버릴까도 했어요. 이 영상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나도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대단한 채널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답답했어요. 지금까지의 자막을 다 지우고 그냥 일반적인 브이로그를 할 수 없냐고!! 저 자신에게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왜 남들처럼 그냥 일상에서 있었던 이야기 그 자체만 할 수 없냐고. 왜 자꾸 어떠한 주제에 대해 쓰고 내가 한 말이 맞다고 증명하는 식의 글을 써야 하냐고 저에게 소리쳤어요. 그러나 또 지금까지 한 게 있으니 그게 아깝기도 해서 다음날 또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조그만 핸드폰의 캡컷 앱을 열고. 또 일상적인 브이로그가 아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영상의 자막을...
그나마 이 나이 먹어서 제 자신에게 신뢰하는 게 있다면, 내가 바보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에요. 내가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계속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신뢰입니다. 이렇게 며칠 동안 시간을 쓰고 망치고 지우고 하는 그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했고 사실 그때 제 자신이 치유가 되었어요. 1달 동안 인스타그램을 안 하다가 다시 들어가 인사를 한 어제도 이 영상을 만들던 때였습니다. SNS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압박을 받는다는 이유는 그럴싸하긴 하지만, 사실은 그냥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던 게 맞거든요. 나 자신이 부끄럽고, 잘 하는 다른 사람들 보면 또 조바심 나고. 그러나 이 영상을 만들며, 나는 왜 도구인 SNS에 큰 의미를 두는가? 하는 생각도 했고, 우울한 글을 쓰는 그 자체에 질려버려서 '나 진짜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쓰고 있는 내가 다 피곤하다. 한탄 할 시간에 나가서 놀라고!! 아기가 어린 만큼 나도 그만큼 젊잖아.' 하는 결론에 왔답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또한 내 이야기로 남을 돕고 싶다는 저의 목적성에도 조금 가까이 간 느낌이었어요. 나의 솔직한 삶의 모습을 보이면 저기 누군가 힘들어하는 육아하는 엄마가 보고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고, 힘을 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상으로써 제가 다시금 에너제틱 해지고 passion을 되찾게 되었어요.
망치고 뒹굴고 포기하고 싶고 자신에게 화나지만 결국 계속 무언가를 하려는 그 과정에서는 많은 것을 배운 다는 사실을 이번 경험에서 느꼈고 또 최근에 읽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 (제가 읽은 것은 비룡소의 '트로이 전쟁'으로 이 두 책을 합해놓은 어린이 대상의 책입니다)에서 오디세우스도 딱 그랬어요. 내 나라 전쟁도 아닌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여 10년을 보내고 또 다시 자신의 나라인 이타카로 돌아오는 10년 동안 온갖 어려움과 고초를 다 겪었지만 살아남아 아내와 아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저는 전사도 하니고 히어로도 아니지만, 저의 뒹굴고 깨지는 이야기만 엮어도 책 한 권 나올듯 싶어요. 🙈
마지막으로 영상 중에 아기 오리 씬의 글을 나눠보려 합니다.
(아기 오리)🦆 나 뭐 해야 하나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엄마?
(엄마 오리)🦆 마흔의 엄마도 똑같이 묻고 있단다. ☺️
p.s 구글 피드백 폼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클릭을 해주신 분들은 나오는데 피드백 폼에 130개 이상으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요... 혹시나 써주신 분들은 제가 못 읽었어요ㅠ 새로운 폼을 만들었어요. 다시 써주셔도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구독자님들의 피드백 답글은 너무나 귀해요. 단 한줄이라도 좋으니 많이 이야기 나눠주시고 고민도 나눠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