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회 4시간씩 26살의 이탈리안 베이비시터가 저희 집에 옵니다. 집에서 육아하는 저로서는 누구를 이렇게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 이탈리안 시터가 유일한데요. 그녀가 베이비시팅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최근 생각한 것들이 있어서 나눠보려 해요.
그녀를 소개해 준 남편 회사 분(이탈리아인)에 따르면 그녀(이하 C)는 어릴 적부터 베이비시터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소개한 사람을 신뢰하면 소개해 준 사람도 신뢰하는 편이라(이게 사는데 편하기 때문에) C가 오전 9:30 인터뷰에 페이스트리를 사 온 그 순간부터 C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일을 잘 하고 못하고는 두 번째고 우선 아기를 보는 사람이 가진 따스함과 배려가 느껴졌거든요.
어릴 적부터 자기 용돈을 버는 유럽, 미국 문화에 걸맞게 C는 그걸 베이비 시팅으로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 해 보니 문학 쪽 석사학위도 최근에 마쳤더라고요. 그런데 여름 동안은 휴가도 가야해서 취업을 안한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여름까지 아기 봐줄 사람이 필요한 저희 집과 스케줄이 딱 맞았던 것 같아요 (솔이는 9월 말에 어린이집에 가요 ^^) 소개받을 때부터 C가 1주씩 두 번 여행을 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1주는 이탈리아 남부 동쪽에 있는 풀리아(Apuglia), 나머지 1주는 시칠리아(Sicily)로 간다고요 (다음 주에 시실리로). 저는 뭐 ok였어요. 그 정도야 제가 보면 되니까요.
일을 하는데도 야외를 좋아하고 창의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C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희 집에 온 지 이틀 정도 되었을 때 솔이를 데리고 집 앞 공원에 나가도 되냐며, 돗자리도 가져왔다고 했죠. 그래서 집 앞 정도는 괜찮다고 승낙했어요. 솔이는 밖에서 C와 놀다가 낮잠도 자고 그러다 왔어요. 제 딸도 저랑 비슷한 지 나갔다오면 더 기분이 좋아보이더군요 :) 며칠이 지나자 근처 동네를 솔이와 산책하고 와도 되냐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것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렇게 주 3회 올 때마다 1-2시간씩 솔이와 나갔다 오는데 처음엔 좀 걱정도 됐지만 이내 집에서 제가 편하게 일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편하더군요. 그리고 C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일에서 더 많은 자유와 즐거움을 준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솔이에게도 더 좋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게 벌써 두 달이 지났고 지난 주말에 연락이 왔어요. 다음 주에 날씨가 35도가 넘을 정도로 더운데 괜찮다면 자신이 저희 집에서 10분 거리의 수영장에 솔이를 데려가도 되냐고요. 그러나 저희 부부가 불편하면 안 가도 되니 편하게 알려달라 했어요. 그러면서 'I'd be something different and refreshing (좀 다르고 신선한 이벤트가 될 것 같아)'라고 메시지에 썼더라고요. 저는 그런 제안이 너무 놀라웠어요. 주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자신도 즐기고 아기에게도 좋은 시간을 만들까? 하는 그녀의 생각. 사실 집에서 아기를 봐도 상당 시간 저와 큰아이들은 테니스를 하러 나가기 때문에 매우 자율적으로 아기를 볼 수 있는데 말이죠. 저라면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 것 같았는데 그런 제안이 놀라우면서도 저에게 refreshing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못해줄 거라면 다른 사람이 해준다면 ok이에요. 남편은 저보다는 걱정을 하는 편이라 '수영장에서 솔이 보는 거 괜찮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했으나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게다가 저는 한 술 더 떠서 C에게 큰 애들도 데려가면 안 되냐는, 그렇지만 네가 싫다면 괜찮다는 제안을 했지요. 사실 C는 저희 집에서 베이비시팅 일 외에도 저희 아이들 각각 일주일에 한 번씩, 이탈리아어로 된 책을 함께 읽고 있거든요. 서로 잘 알기에 부탁해 봤어요. 둘 다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낸 거예요. 상대가 싫다고 해도 괜찮다. 둘 다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해요. 그녀는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했고 그렇게 해주기로 했고 어제 제가 수영장에 차로 내려주었어요. 알고 보니 시터의 언니도 같은 시간에 수영장에 와서 언니가 저희 솔이를 안아주기도 했다고 ^^ 끝나고 자기는 언니와 더 수영하고 와도 되냐고 해서 (시간을 다 마쳤으니) 저야 당연히 괜찮다고 했어요. 그렇게 제가 아이들만 픽업해서 왔지요. 입구까지 데려다주는데 수영복을 입고 온 그녀 😊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맡긴 것이 위험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 덥디 더운 여름, 아이 셋을 보고 살림하면서 제 일도 간간히 하는, 놀아줄 에너지가 별로 없는 저로서는 이런 제안이 너무 고마웠어요. 제 몸이 덜 힘든 것 외에도 육아 부담이 덜해져 심적으로 좀 가벼워졌던 것 같아요. 저는 육아하며 몸 힘든 것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단절되고 고립되는 느낌이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다 큰 애들이 친구 없이 방학에 집에만 있는게 마음이 안됐었는데 이렇게 수영장에 가게 되어 기뻤고, 또 그동안 저는 라이프살롱 북클럽 줌 미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요. 돌아와서 아이들이 와서 너무 재밌었고 피곤하다고 하는데 어찌나 기쁘던지요.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러면 잠도 좀 더 빨리 잘 테고요. :)
그녀는 9월 말에 아일랜드로 Au Pair 오페어 (외국 가정에 입주하여 아이 돌보기 등의 일을 하고 보수를 받으며 언어를 배우는, 보통 젊은 여성) 일을 하러 4개월간 간대요. 영어를 더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자유로움이 좋아 보였어요. 저희 집에 올 때도 두꺼운 책을 가져오곤 했는데 그곳에 가서도 아이 보는 일을 끝내고 아일랜드의 자연을 즐기며 책을 읽을 그녀를 상상해 보니 미소가 지어져요.
저는 부모님이 석사학위까지 해주었으니 나는 달려야 한다. 잘 해야 한다. 혼자 채찍질을 했던 저의 옛날이 떠올랐어요. C와 같이 좀 더 느긋하고 건강한 사고를 가진 젊은이(?)를 보니 저도 지금부터라도 더 두려움을 내려놓고 원하는 바를 더 소통하고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에서도 창의적인 제안을 해보기! 그게 나에게 즐겁고 다른 사람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말이죠. 구독자님들께도 저희 이탈리안 시터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 삶 안에서 자유와 행복 솔직함이 가득한 일상을 누리시기를 바래요. Happy Summ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