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주간 함께 읽었던 소피블랙올의 그림 산문집 <Things to Look Forward to: 52 Large and Small Joys for Today and Every Day> 북클럽이 끝났습니다.
수년간 라이프살롱에서 책을 함께 읽는 멤버로 참여하면서 느꼈던 것은, 라이프살롱에서 책을 완독하고 자기의 삶으로 문학을 끌여들여 적용하던 분들은 원서에 쓰인 영어 문장이 모두 쉽게 읽혀서 끝까지 읽어내는 분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영어 원서를 읽는 북클럽이다보니, '영어' 라는 것에 큰 벽을 느끼는 분들이 간혹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쉬운 책으로, 라이프살롱의 진입 장벽을 조금 낮추어 보면 어떨까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해서, 모든 문장이 마치 모국어책 읽듯 읽혀서 라이프살롱의 원서들을 완독하는 것이 아니니, '원서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보는 경험'을 하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문장 구조가 간명하고, 또 어린아이들이 그림책속의 그림을 따라가며 서사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받는것처럼 그림책 작가가 쓴 소설이거나 산문이면 좋겠다 고민하다가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인 소피가 누구나의 삶에 적용해볼 수 있을법한 '작은 기쁨'들을 기록한 책이에요. 하루 한 잔의 커피, 조약돌, 누군가의 결혼, 남편 에드의 회색 스웨터, 소피가 살았던 동네의 해안선.... 그녀의 리스트들을 훑어보는데 저와 교집합으로 포개어지는 것들이 제법 많았어요. 와아. 내가 칼데콧 메달리스트랑 통하는게 이렇게나 많아?! 하면서 저자와 소꼽친구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격일로 하루에 3챕터씩을 읽었어요. 분량마다 필요한 단어를 간단히 정리해서 pdf 파일로 만들고 함께 읽는 책벗들에게 보내는 편지같은 글도 한 편씩 써서 발송했고요. 고흐의 그림 <꽃이 핀 아몬드 나무>를 시작으로, <오픈가든>, <제주 돌집에서의 하룻밤> 등등을 쓰고 나니 이것들이 자연스레 저의 리스트가 되더군요. 아, 제 편지에 대한 답장도 종종 받았습니다. 어느날은 같이 들으면 좋을 음악으로, 삿포로로 떠난 여행에서 직접 손편지를 적어 주기도 하셨어요.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님이 문학의 효용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문학은 써먹을데가 없어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모든 유용한 것은, 그 유용성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만 문학은 무용하므로,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돈 버는 기술에 대해 많은 글이 쏟아지는 요즘, 나를 기쁘게 하는 작은 행복들 따위를 원서로 읽는 것이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읽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아, 누군가에게는 쓸모 없는 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가 그럴수록 기꺼이 옆구리 책을 끼고, '문학을 읽는 가치’ 에 대해 더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결국, 별 거 없는데, 이상하게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책을 골라, 같이 읽자고 손 내밀게 되었던 거고요.
자신을 끌어안을 수 있는 요소들을 자주 호명해보아요. 이름을 지어주고, 또 불러주고, 때로는 남에게만 좋은 것 주지 말고, 나에게 선사해주어요.
좋은 책의 한 가운데에서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4주동안 함께 해준 책벗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요.
from Yoon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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