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종종 질문을 받아요. 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고 할 텐데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 상황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매번 따라주지 않아요. 그래서 그 상황을 이겨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어렵고 그럼에도 그 어려움을 감수하기로 한 사람은 계속해서 자신의 일과 자기 자신을 진화시키면서 변화하며 살아남습니다.
저도 5-6년을 고군분투하여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제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자부심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두 초등학생과 8개월 아기를 보면서 해외 이사를 진행하며 (지금 100박스에 가까운 짐을 남편과 제가 풀고 있어요...) 일을 하려고 노력해 보니 내 상황에 따라 일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과 마인드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내가 도자기를 만들어서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저처럼 아기를 낳거나 어떤 이유로 물리적으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이라면, 짬짬이 시간을 내서 도자기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휴대폰으로 적어서 나눌 수 있고 아니면 도자기를 만들면서 도움을 받았던 책들, 팁 등을 나눌 수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상황에 맞게 내 일을 변화시키면서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Show Your Work! 책에서 언급되었던 미국인 평론가 & 시나리오 작가 Roger Ebert (1942-2013)의 경우 암 치료로 목소리를 완전히 잃었을 때 그는 그의 생각들, 좋아하는 것, 과거의 이야기들, 경험들을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에 열렬히 써 내려갔습니다. 대중매체에서 직접 말로써 하던 그의 voice의 성질이 바뀐 것일 뿐 계속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한 것이죠 (또한 이는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열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내가 어떠한 주제에 맞게 영상을 만들면 참 좋겠고 어느 정도 반응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머릿속에 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물론 잠을 줄여가면서 짐 정리도 조금씩 늦추면서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집에 지장을 주면 그 후폭풍이 더 길고 피곤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어요. 집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저 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그 영향은 *5가 되지요. 엄마가 아니라면 이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기왕 엄마가 된 거 이런 것은 최소화하는 게 현명하지요. 그래서 글을 쓴 다음 영상을 끼워 넣는 (글에 맞는 영상도 아니지만) 형태를 해보기 시작했어요. 저에게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요번 영상은 지금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네요... 😂
그렇다면 일을 아예 안 할 것인가? 저는 그것은 NO라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저는 어떤 식으로라도 일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것이 어쩌면 내 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큰 기회이기 때문이죠. 좋은 쪽의 압박인 거예요. 물론 이렇게 변화한 형태가 이전보다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trial & error는 내 일을 다각적으로 보게 하고 무엇보다 성취감을 줍니다. '내가 이런 이런 상황에서도 이 정도는 했지!' 그리고 이 성취감은 저 같은 사람에겐 '= (equal) 행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아 참, 또한 내 일의 변화한 형태가 이전보다 사람들에게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이를 내 몸 깊이 견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에요 (이 이야기는 따로 나눠볼게요).
저는 요즘 드는 생각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일수록 더욱더 자신이 원하는 일, 자신이 주도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가지면 이것이 나의 힘든 육아, 살림 일상의 탈출구가 돼요. 이번 주에 정말 너무너무 시간이 없었는데 제 마음 한편에 이번 주에 있는 북클럽 살롱 데이, 매거진, 유튜브 스크립트 쓰기 같은 일들을 있어서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어요. 우리 가족을 위한 게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일. 그리고 이것이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더욱더 가치가 있어요. 육아를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도 참 고된데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또 힘들면 여자는 살기에 너무 힘들어요... 제 경험상 아예 일이 없는 것도 매우 고되더군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배부른 소리라고 욕을 먹는다 해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못하더라도 언제일지 모르는 그때를 위해 그런 마인드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일도 BECOMING (진화) 하면서 얇고 길게 살아봐요. 함께 라면 재밌을 거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