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매거진에 반(semi) 안식년 선포를 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의 답글을 달아주셨어요. 그런데 이것이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그 안식년 선포를 하고 며칠 후에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도난당하지 않았겠어요? (제 인스타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제가 하도 떠들어서...🤣) 그래서 지난주에 정말로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물론 그 와중에도 휴대폰으로 편집해서 유튜브 영상은 올렸지만, 저에게는 이 매거진이나 이탈리아 에세이는 정말 자리에 앉아 컴퓨터 켜고 각 잡고 일해야 하는 거거든요. 결국 일주일 동안 매거진도 못 쓰고 에세이도 못썼어요. 그런데 반 안식년이라 선포하고 노트북도 없어져서 정말 일을 안 해보니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우선 매거진을 안 쓴다고 해서 제가 생각을 덜 하는 것이 아니고 생각은 똑같이 많이 하는데 이걸 풀어서 쓸 공간이 없어 인스타그램에 표현하는 저를 발견하였어요. 그러나 이번에도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은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써 표현하는 '메인 채널'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에 동반되는 비주얼적인 요소가 필수적인 곳이라 중요도가 글보다는 비주얼(사진 또는 영상)으로 치우쳐요. 그래서 그런 것에 맞추다 보니 제가 쓴 글의 성질과 무드가 조금은 바뀌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다면 어차피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을 해야 한다면 완성도를 높여서 매거진에 쓰는 것이 아카이브같이 쌓이기도 하고 또 저에게 만족감도 더 크고요. 문뜩 이런 공간이 제게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어요. 게다가 구독해 주시는 분이 109분이나 된다는 것도요. 이분들은 라이프살롱 매거진을 클릭할 때 정말 제 글을 읽을 마음을 가지고 클릭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가끔 책도 내지 않은 저를 '작가'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할 때가 있었는데 남편이 전생에 책 내려다가 무슨 일 생겨서 죽었냐며 왜 이렇게 책에 집착하냐고, 쓸 매체가 있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작가 아니냐고 하네요. 제가 제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들도 쓰고 싶을 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그럴만한 채널이 없다면 아래 피드백 댓글로 적어주세요 (긴 글은 기고해 주세요😊 lifesalongina@gmail.com).
또한 아무리 반 안식년이어도 무언가 나의 정신을 잡아주는 스케줄이 있는 게 제 정신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어요. 대략적으로 월요일엔 영감 수집하기 (독서, 영화 또는 외출), 화요일엔 매거진 hello from Gina 쓰기, 수요일엔 유튜브 편집하기, 목요일엔 매거진 내보내기와 같이 규칙적인 일과가 있는 것이 세 아이 육아와 살림으로 정신이 막 사방으로 날아가는 상황에서 저를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아마도 그 짧은 시간이라도 일을 하는 것이 몰입을 하게 하고 그것이 저를 만족스럽게 해주나 봐요 (역시 몰입은 중요해요!). 또 이번에 쉬면서 캘린더를 정리하면서 올해 북클럽 일정을 적어놓았어요. 6월에 하는 북클럽이 임박해서 준비를 위한 스케줄링을 했는데 걱정보다는 가슴이 뛰었어요. '내가 아직 좋아하는구나. 북클럽' 또 깨달았고요. 가이드 쓰는 게 힘들지만 반 안식년도 선포한 사람이니 제 상황에 맞는 대로 하겠다는 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저는 지금껏 하던 일을 제 나름대로 계속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리 썩 잘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어느 날 '이번 주는 너무 힘들어서 한 주 매거진 쉴게요!' 하기도 하고, 영상은 2주가 넘어도 안 올라갈 수도 있고요. 급하게 쓴 글이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저는 계속 킵고잉 하기로 했습니다. 멋지게 잘 못해도 그냥 하는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고, 세 아이를 키우면서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그 과정 자체가 가치있다는 것도 증명하고 싶고요.
며칠 전에 저와 친분이 있는 서지현 님의 (사랑맘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매일경제 토요 신문의 한 페이지 '이지현의 미술래잡기 - 일하는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을 공유해 주셨어요 (기사 링크). 가장 눈에 띄었던 한 줄은 '출산지원금 1억원 준다지만 일하는 엄마들 진짜 원하는 건 육아 배려, 격려하는 사회문화' '대부분의 일하는 엄마는 돈이 많이 들고 몸이 힘든 것은 잘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을 테니 1억원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아이가 클 때까지 배려하고 격려해주는 주위의 분위기만 만들어져도 워킹맘들은 이를 악물고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일할 것이다.' 워킹맘을 배려하고 격려해주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끼리라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문화의 변화는 소수의 사람들이 더 나은 방법으로 사는 것을 찾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것을 카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 Culture change happens when a small group of people find a better way to live and the rest of us copy them - 출처: NY Times Opinion l The Moral Peril of Meritocracy (블로그글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