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기가 활동적이 되면서 개인적인 시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낮에 1시간~ 최대 1시간 반 정도가 되었어요. 뭘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매일이 고비였지만 지금이 또 고비 같아요. 결국 이렇게 되면 내 라이프 사이클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스케줄은 아기가 8-9시에 잘 때 같이 잠들어 새벽 5시 전후에 일어나서 시간을 쓰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적어도 2시간의 시간이 생기고 오후에 아기 낮잠 자는 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겠지요. 오늘 설거지를 하면서도 그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8-9시에 자면 큰 아이들의 숙제를 도울 수가 없어요. 훌쩍 커진 아이들은 이제 10시가 넘어야 자는데 엄마가 숙제를 도와주기는커녕 잘 자라는 말도 못 해주는 거죠. 그림책을 읽어주겠다는 제 위시리스트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밤 시간에 특별하게 뭘 같이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편과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없어집니다. 또한 저녁 식사시간이 늦은 이탈리아에서 9시에 자려면... 거의 잠옷을 입고 저녁을 먹어야 할 판입니다. 먹자마자 양치하고 잠들기! 🤪 이런 이유 말고도 과거에 5시 기상을 꽤 길게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을 더 많이 했던 것 외에는 전반적인 만족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아마도 저희 집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스케줄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결국 저는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곳에서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냥... 반(semi) 안식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에 1-2시간만 일하자. 미 타임은 10-15분 정도여도 괜찮다. 기대치를 확 내려놓기로요. 막내가 돌이 되는 9월 말에는 어린이집에 가니까 적응 기간 후 10월 말 정도부터는 4-5시간의 시간이 날 테니 그때까지는 나에게 일을 많이 안 할 권리를 주기로 했어요. 저에겐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이기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다들 너무 잘하고 열심히 하는 요즘 세상에서 혼자 뒤로 가는 느낌이 들 때마다 긍정 회로를 또 열심히 돌려줘야 하고요. 당장 내 눈앞의 못하는 일에 포커스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보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해요.
일을 많이 못 하는 것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의 경험이 되도록 제 생각과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려고 해요. 어쩌면 저출산 문제도 무작정 애 낳으라고 할 게 아니라, 여성이 (또는 여성이 일해야 할 경우 아기 아빠가)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그 일의 공백 시간을 자신의 삶에 유리하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에서 그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줘야 할 것이고요. 저출산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에 이렇게 한다고 아기를 낳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육아를 손실의 마인드셋에 연결시키지 않도록 하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내 가족과 나의 행복을 위해 자의적으로 하는 저의 반 안식년.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