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제가 유튜브 영상을 하나 올렸습니다. 만들고 편집하는데 몇 날 며칠이 걸린 영상이죠. 사실 제가 좀 일부러 느릿느릿 게으르게 작업한 것도 있어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죠.
작년에 하와이 영상으로 영어 영상을 만든 이후로 처음으로 영어로 녹음을 했는데 하고 나니 허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복수 단어 앞에 a를 붙여 말한다든지, are라고 말해야 하는 부분을 is라고 한다거나... 같은 표현을 너무 반복한다거나, 영어 문장이 세련되지 못한 것 같고... 창피했어요. 명색이 영어원서 북클럽 한다는 사람인데! 미국 유학 11년을 했는데!! 🙈
그다음에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휴대폰의 캡컷 앱에 손으로 적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보이스는 자동 캡션이 만들어지지만, 그 밑에 한국어 번역을 넣느라 손으로 한 줄 한 줄 타이핑을 하니 얼마나 더디던지요. 휴대폰으로 아기 보며 부담 없이 편집해서 그나마 이어가고 있는 게 유튜브인데 이렇게 하니 너무 지쳤어요.
작업시간이 길어지고 지치기 시작하면 초기의 마음이 흔들립니다. 분명 나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이 영상을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며칠이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이것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이냐!’ ‘단지 영어를 써보고 싶어서냐?’ ‘영어를 하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냐. 뭐냐?’ 복잡해지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일’이란, 그럼에도 그것을 끝마무리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일입니다. 그 일로 돈이 나와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일을 그만둘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아주 칼같이 그만두는 것을 결정한 시점이 있습니다. 이 일을 ‘그만하는' 거죠. 내 일이 아니라서 그만둔 거예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모두 제 일이라 계속하고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회사처럼 어느 순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좀 지칠 땐 있지만 그래도 이내 그 일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하거든요.
그러니 내가 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선 한 그림이라도, 한 꼭지 문단이라도, 한 영상이라도 그것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다시 보기에 부끄러워도, 불완전해도 끝내야 합니다. 끝내려면 심리적으로도 ‘끝났다’라고 마음의 정리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이 정리를 하려면 어느 정도 나와의 화해를 해야 해요. 불만족스러워도 열심히 한 나를 인정해 주는 것. 잘 못한 것 같아도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 그리고 그다음에 더 나은 일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나를 인정해 주고 또 계속 시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나의 일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 매거진도 그래요. 제 일이잖아요. 저도 매번 제 매거진 내용에 만족하지 않아요. 그러나 내 일이니까 어쨌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내서 내보냅니다. 일을 끝냈는데도 후련하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계속하는 거예요. 그러나 그중에 한두 번 정도는 좀 만족스러울 때가 있어요. 오늘 같은 날이요 :)
만족스러운 이유는 내용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 처음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다가 첫 문장부터 그냥 적어내다 보니 이렇게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자연스럽게 써 내려갔거든요. 쥐어짜지 않아서, 자연스레 제가 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요. 특히나 엄마들이요. 앞에서 말했듯이 수입이 나와야 일이 아니에요. 이 매거진도 유튜브도 지금은 수익이 나오지 않아요. 그러나 저는 당당하게 이것들이 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오늘 내가 일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마무리한 후, 내 일이에요! 라고 당당히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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