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평일에는 6개월 차 폭풍 성장 솔이와 주로 집에 있고 주말 중 하루, 대부분 토요일에는 집에서 차로 1시간 내외인 곳들로 나들이를 가고 있어요. 아이들과 저, 남편. 넷이 돌아가면서 행선지를 정하는 게 저희의 룰이 되었답니다. 정해야 할 것은 행선지와 거기서 먹을 곳. 이렇게 딱 두 개만 정하기로 했어요. 볼 거리는 가서 발 닿는 대로, 상황이 되는대로 하기로 했어요. 어차피 아기 컨디션 살펴야 하고 시간을 딱 맞추기가 어려워서 그냥 볼 수 있는 것을 보자고 한 거죠.
더 잘 알려진, 멋진 도시들이 많지만 저희 집에서 반경 1시간 정도의 행선지만 찾다 보니 저는 들어보지 못한 동네를 가보고 있어요. 그런데 그 동네들 하나같이 다 특색 있고 매력 있는 거 있죠. 사실 평일엔 집에만 있으니까 제 기준치가 많이 낮아진 것도 있어요. 그냥 나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타지에서 혼자 솔이 데리고 나가면 제가 좀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매번 씩씩하진 않아요 🥹) 나가는 것만으로도, 콧바람 쒜는 것만으로도 사실 좋아요. 그런데 거기에 뭐 하나만 더 있어도! 심지어 거기 사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보고 싱긋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너무 좋은 나들이인 거죠.
순간, 내 세계를 좁혀서 보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는 매번 크게 보라고 하잖아요. '사람이 꿈을 크게 꿔야 해.' '넓게 봐야 해.' 저도 매번 그렇게 듣고 자랐고요. 그런데 limitation(한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적용하면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고 그 안에서 할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1시간 이내의 동네만 찾아야 하니까 그 안에서 진귀한 보석들을 만나고 또 그 안에서 기뻐하는 것처럼요.
우리는 더 먼 것, 더 가까이하기 힘든 것을 진귀하게 보는 성향도 있죠. 저 아래 반짝거리는 나의 로망 시실리! 멋진 책방이 많은 바다 건너 영국! 팔로워 1만...! 물론 저 멀리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지니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설렘을 하나씩은 갖고 있어야죠. 그러나 내 주위의 것에 먼저 관심을 두면 그 안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바라고 있는 아주 귀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어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경을 쓰느라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뭐 하고 있는지, 뭘 생각하는지 내가 신경을 잘 쓰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제 반성도 해보았어요. 항상 내 주위만 볼 수만은 없지만, 적어도 나의 가슴과 관심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것에 먼저 두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구독자님들도 이번 주말에 내가 신경 쓰지 않았던 집 근처의 한곳을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소감을 피드백으로 나눠주세요. 제 이야기는 아래 Italy Essay에서 들려드릴께요.
ps. 다음주 부활절 방학에 처음으로 나름 장거리인 2시간 반 거리의 피렌체에 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