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의 마지막 날 29일이에요. 이탈리아 베로나는 며칠째 비가 오고 있어요. 오늘은 조금은 비가 그쳤는데 아직 구름이 많아요. 지금은 겨울이지만 요즘은 14-5도 정도로 따뜻한 편이에요. 촉촉한 봄비를 넘어서 좀 질척해지는 비이긴 한데 그래도 이 비가 지나면 3월이 될 테고 정말 봄이 오겠지요?
비가 오기도 하고 또 아기를 보면서 나가는 게 일이기도 해서 집에서 주로 있는데 사실 아기가 자는 시간이 너무 꿀 같아서 집에 있는 것도 있어요. 솔이가 집에서 가장 잘 자거든요. 밖에 나가면 3-40분 만에 끝날 수도 있는 낮잠을 1시간 이상 어쩔 땐 2시간 가까이 자기 때문에 이 시간이 너무너무 귀해서 집에 있는 것도 있어요. 지금도 그 시간에 여러분께 글을 쓰고 있어요.
오늘은 창밖을 보는데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두 명의 엄마를 봤어요. 순간 '나도 저렇게 오전 산책하면 기분 좋을 것 같아' '운동도 되고 말이야' 했어요. 비가 오지는 않아서 나가볼까도 했으나 이미 마음을 접었어요. 나가면 상쾌하고 좋긴 하겠지만, 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준비들.... 입히고 나도 입고 기저귀 챙기고 여분 우유 챙기고 나가서 유모차 펴고 등등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피곤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나가고 싶지 않을 땐 집 안에 꽉 박혀서 창문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쓸래요. 어차피 하루에 한 번 아이들 하교 픽업할 때는 나가게 되니 그때까진 이렇게 여유 있게 있어도 좋겠지요. 나가서 예쁜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도 싶지만 아직 커피 머신이 없는 집에서 맥심 가루 커피를 타서 급히 산 이케아 찻잔에 혼자 마시는 것도 좋아요.
밖에 진귀한 게 많지만 지금 꼭 안 봐도 괜찮아. 가구 없는 썰렁한 집이지만 그래도 편안해 ☺️
어차피 나가야 하는 때가 된다면 그땐 나가죠 뭐. 지금은 아기 자는 시간에 글도 쓰고 이탈리아어 책도 몇 장 끄적이고 어제 처음으로 끓여본 사골국도 먹을 거예요. 읽고 싶은 책도 얼마나 많은지요. 이렇게 차분한 시간들을 보내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되면 많이 활동하는 날이 올 거예요. 화원에 가서 테라스에 놓을 꽃도 좀 살 거고요. 집 앞 어린이 공원 벤치에서 앉아서 솔이 이유식 주면서 다른 집 애들도 구경하고, hopefully 친구도 사귀길 바라고요 :) 제가 생각하는 봄은 그래요.
구독자님은 어떤 날들이 봄일까요? 함께 봄을 기다려봐요. 🌸
P.S.
피드백 답글 너무 잘 보고 있어요. 편지 주고받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모네의 정원님께서 이탈리아도 스페인같이 점심을 길게 먹어서 저녁식사 시간이 늦은지 궁금해하셨는데 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희 남편 회사는 칼 같이 1시간이네요. 어쩌면 한국 회사의 이탈리아 지사라서 한국 같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상점들은 점심시간이 2-3시간인 곳들도 많아요. 문방구도 그래서 허탕을 쳤더라죠. 약국도요. 그런 곳은 정말 2-3시간이 점심시간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쩌면 오전, 오후 shift가 그렇게 나뉠지도 모르겠고요. 이건 더 살아보며 알아보고 또 공유할께요 :)
프랑스가 더빙을 많이 하는 것은 문맹률이 낮아서 일지 모르겠다고 구독자님이 피드백에 적어주셨어요. 들어보니 맞는 것 같아요. 우리는 한국에선 상상도 못하지만 말이에요. 흥미롭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