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라이프살롱의 오랜 멤버이자 친구인, 하울의 소피님이 며칠 전에 카톡을 보내주셨어요.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 를 읽으셨는데 그 책의 오프닝에 이렇게 나와있대요.
(프랑스인인 작가가 일본에서 지내며)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의 생활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했고,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이 부분을 읽으시고 저도 여기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으셨대요. 그러고 보니 정말 맞았어요. 저는 제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는데 그런 확고한 마인드가 이곳에서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며 흐물흐물해지고 있는 경험을 하고 있거든요. 확고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건 대체적으로 좋은 거지만 (특히나 요즘같이 내 정신을 흐려놓는 세상에 살면서) 또 어떤 때는 그런 게 족쇄가 되기도 하고 나를 가두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 진짜 황당한 일을 목격했어요. 큰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하고 셋이서 엄청 수다 떨면서 집 쪽으로 운전해가는데 제 바로 앞 차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차의 사이드 미러를 팡-! 치고 갔어요. 사이드 미러는 부서져서 떨어져 나갔어요. 저는 '어머어머 어떡하니!!!' 하며 마치 제 일인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 폭스바겐 티구안이었던 앞 차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가더라고요. 저에겐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내가 저 상황이면 분명 난리 난리를 치면서... 어떡하냐 나는 어쩌냐. 다시 빙 돌아와서 그 차 앞에서 어찌할지 몰라 동동거릴 것 같은 그 아찔한 상황들이 그려졌어요. 게다가 어젠 비도 왔거든요... 그런데 정작 앞 차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아무 일도 없다는 마냥 (자기 차도 성할 것 같진 않은데) 그냥 가버리더군요. 아마도 그 사람은... '그 좁은 길가에 사이드미러 안 닫고 주차한 네가 잘못이지'라고 생각할지도요. 뭐 모르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못된 일이긴 한데- 그냥 스스럼없이 휙 가는 차를 보고 저도 모르게 좀 시원한 느낌이 드는 거 있죠? 좀 이상하죠 ㅎㅎ 나쁜 일이 벌어지면 우선적으로 내 탓을 하는 저에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속 안에 차곡차곡 네모진 박스가 쌓여져 있는 게 살짝 부서지고 약간 구부러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경험들, 생각들을 나누고 싶었어요. 저는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할 데가 없거든요. 남편은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말도 정말 많이 하고 지쳐서 집에 오면 원래도 말수가 없는 사람이 더 조용해지거든요. 혼자 약간은 침묵을 지키고 혼자 보내고 싶은 그의 상태도 이해가 가기에 그 참에 저는 일하고 글을 써요 ^^ (어쩌면 제가 많이 남길 수 있게 도와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 그래서, 저 여기다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지요? 아 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또 있어요. 이탈리아인들과 프랑스인들은 더빙되어 있는 것을 선호해서 영화관에서 해외 영화를 보면 모두 더빙이래요. 톰 크루즈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이탈리아어로 더빙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죠. 남편의 회사 분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분과 저랑 'oh no!!! I hate that!' 이라고 이야기했답니다. 이 두 나라가 특히 그렇대요. 이탈리아인들은 추측하던데.. 멀티플레이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화면을 보며 자막을 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게 싫은 걸까요? 이것도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p
어제 쇼유어워크 2기 모집글을 썼는데 거기에 제가 썼지만 멋진 부분이 있어 공유해드려요. 😎
'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개인의 내적 동기와 의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 일을 알아봐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도 그만큼이나 필요합니다. 내 일을 진솔하게 공개함으로써 그들을 끌어당겨보세요.'
지난주에 오랜만에 매거진을 보내고 피드백 답장으로 보내주신 답변들 보고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여기서 느낀 것을 나눔으로써 읽으신 분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지기를,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토닥토닥할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행복했어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신나게 글을 적어요.
한국은 눈이 왔다고 들었어요. 여긴 며칠째 비가 와요. 봄을 맞이하나 봐요. 평온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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