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살롱 매거진 44호 🙇🏻♀️ 1.4. 2023
Vol 44. 담박하게, 욕심을 버리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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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라이프살롱 스몰북클럽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스몰 북클럽에 참여했어요 (블로그 후기). 연말에 읽기에 다소 무거운 소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21년에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를 북클럽으로 해보니 젊고 건강한 사람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의 가치가 상당히 크더라고요.
내 의지와 생각대로 살수 없는 때가 나도 모르는 어떤 때에 온다는 것을 직시하게 되면 사람들은 관심의 분야가 확 축소된다고 합니다. 나의 원대한 포부나 막연한 꿈보다는 내 눈앞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나의 일상을 더 가치있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죽음에 대한 책은 제 해외 이사 시기와 겹쳐 제 인생의 고민을 만나게 해주었어요. 사실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시급성 면에 있어 항상 뒤로 제쳐진 그것. '이렇게 더럽게 살고 싶지 않다'입니다. 고백할게요. 저 정말 더러워요. 제 주위는 정돈되어 있지 않습니다. 항상 뭘 찾는데 시간을 쓰고 못 찾으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요. 매번 반복입니다. 알면서도 '나는 일하니까' '난 애가 많으니까' '난 크리에이터 타입이라' '청소와 정리는 너무 싫어. 평생 아웃소싱할 거야' '일해서 그 돈은 내 돈으로 당당히 낼 거야' 이런 생각들로 청소와 정돈을 좀 하대했던 것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죽음. 내 인생의 마지막을 떠올려보니 저는 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도 계속 이렇게 더럽게 사는 미래가 더 끔찍하게 느껴졌어요. 이 귀하디 귀한 자율성 가득한 젊은 시기에 정돈이 되지 않아 매번 스트레스 받는 삶은 이제 정말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제 아이들을 그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요. 두 아들은 안타깝게도 이미 봤지만, 막내딸에게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미국에서 일할 때 제 보스이자 의사/교수/변호사이셨던 사장님이 저에게 하셨던 조언이 떠오릅니다. 그 사람의 책상은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고요. 그러면서 한 직원의 지저분한 책상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작은 목소리로 '넌 저러면 안 된다. 항상 정돈하려고 노력해라'라고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Yes, Dr. Hyde'라고 대답한지 10년도 훌쩍 넘었는데 제 책상은 아직도 더럽습니다.
매번 작심삼일이었지만, 이번에는 해외 이사로 강제로 짐을 다 빼고 새로 시작하는 기회가 생겼어요. 절호의 찬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더 아름다운 일상을 즐기기 위해, 그리고 내게 중요한 일들을 더 많이 하기 위해 간결한 삶을 살려고 합니다. 쉽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살아온 시간이 꽤 오래됐으니까요. 그래도 정리 정돈을 아예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요. 관심을 갖고 정리 정돈도 배우려고 하면 모두 할 수 있다고 <잘 되는 집들의 비밀>에서 정희숙 대표님이 말씀하셨어요. 최근에 손웅정님의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어보니 제가 정돈해서 얻고 싶은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바로 알게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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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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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족의 새 보금자리로 옮기기 위해 다음 주부터 2주간 매거진 휴가에 들어갑니다. 다음에 인사드릴 때는 이탈리아겠네요. 건강히 계세요. 새 출발을 위해 보내주신 응원과 성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또 만나요. ci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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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워커's voice
제 2024 키워드는 joy 였어요. ^^ 올한해 무엇을 했을까? 하며 약간은 무거운 마음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읽은 메일인데 기분좋이졌네요. 내년에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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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북클럽을 어떤 책을 했는지, 스몰북클럽을 해보기로 한 이유
“죽을 일이 걱정이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고..” 혼자 사시는 81세의 시어머님이 요즘 자주 하시는 말씀이에요. 외과의사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바로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집을 떠나 요양원으로 들어가야 하는 노년, 그리고 삶의 질을 어디까지 포기하고 투지 높게 치료를 받을 것인지. 호스피스 그리고 완화치료 등 자세히 들여다보기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직면해야만 하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서 나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길잡이가 되어준다고 얘기합니다. 언젠가 라이프살롱에서 The happiness project라는 책을 함께 읽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저자가 행복을 위해 자신은 매년 죽음을 생각하는 기간을 갖는다고 한 게 꽤 인상적이었어요. 그 이후로 저도 연말이 되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려고 관련 책을 찾아봐요. 올해는 예전에 읽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올 해엔 이 책을 혼자가 아닌 라이프살롱에서 같이 읽고 싶었어요. 라이프살롱 멤버분들께도 이 책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인들 손에 쥐어 주며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이 있으시지요?^^) 라이프살롱에 대한 애정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북클럽 진행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
질문할 만한 내용을 찾으며 책을 다시 읽는 것이 참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양하게 생각할만한 부분, 이 책에서 저자가 꼭 얘기하고 싶어하는 부분, 깊이 있는 대화가 이끌어 질만한 부분 등을 고려하며 책을 읽는 건 평소 제 생각과 느낌만을 짚어가며 읽는 것과는 또다른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색해보니 책 관련 토론 질문들도 많더라구요. 다양한 토론 질문들을 찾아보는 것도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북클럽 진행에서 어려웠던 부분
북클럽에 진행자로 참여하면서 멤버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앞서 말씀하신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올바르게(말씀하신 분의 취지에 맞게) 다른 말로 살짝 바꾸어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웠습니다. 참여자로 함께할 땐 눈빛이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단히 공감을 표하고 나의 얘기를 하는 데에 집중을 했던 거 같아요. 책에서만 보던 ‘경청’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이렇게 어색할 줄이야. 반성했습니다.
북클럽 진행으로 내가 얻은 것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이런 문장들이 있어요.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지식은 안다. 지혜는 이해한다.’ 스몰북클럽을 마치고 단톡방에서 참여해주신 분들이 wisdom을 떠올렸다는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아마도 우리가 책을 읽으며 접한 정보와 지식들이 멤버분들의 이야기와 섞여 함께 나누면서 우리에게 지혜가 되는 거 같아요. 진솔한 이야기와 지식이 만나면 지혜가 되는 걸까요. 그래서 항상 살롱을 하고 나면 여운이 그리 많이 남았나 봅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진행자가 되어 참여하신 분들의 이야기에 두 귀 쫑긋 세우고 온마음을 다해 이해하고 이야기 나누니 제가 가장 큰 지혜를 얻은 거 같아요. 여러모로 제게 무척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지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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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북클럽을 무슨 책으로 했는지, 북클럽을 해보기로 한 이유는?
해리포터 7권이 끝나고,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에 책장을 한번 훑어보게 되었어요. 사실, 겨울이야 말로 책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 생각하거든요. 러시아 원정을 떠났던 나폴레옹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싸움에서 지고 물러나는것을 보고, 영국과 미국의 언론들이 겨울을 일컬어 ‘General Winter’ 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것이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동장군’ 이 된 계절이에요. 하다못해 나폴레옹도 추위에 주춤할만큼 바깥 활동에는 제약이 있으니, 집 안에 머물며 책 읽기 좋은 때라는게 제 생각이에요 :) 다만, 크리스마스나 연말 행사로 분주할 수 있으니, 가이드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이어야 했어요. 그래서 고른 책이 <THE WILD ROBOT> 이라는 챕터북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어린이/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른이 된 양육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북클럽을 진행하며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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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 peterbrownstudi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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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LD ROBOT>은 작가 Peter brwon의 첫 소설이에요. 작가는 ‘unnatural things living in surprising places’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상상해봤다고 해요. 로봇이 어떤 섬에 불시착하게 되는 장면으로 서사가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 섬에서 만난 동물들의 생김새, 특징, 먹이 사냥법 등등 생태적인 특징을 소설속에서 그대로 풀어냈습니다. 위 사진 속 여러 논픽션 책들은, 저자가 THE WILD ROBOT을 쓰기 위해 읽고 참고한 책들이고요. 어린이 소설이라 어렵지 않게 문장이 구성되어 있어서, 동물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클럽을 이끌어가는것이 크게 힘들지 않고 수월했어요.
북클럽을 진행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어린이 청소년 소설이라 영여원서로서의 난이도는 낮으나, 책의 내용은 깊이가 있어요. 첫번째 질문에서도 답했지만, 정말로 양육자들이 모두 읽었으면 하는 책이거든요. 그저 쉽게 쓰인 내용을 해석하며 읽고 끝내기에는 책의 진가를 다 읽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으로서, 이 책을 읽으니 훨씬 더 많은 관점에서 살필 수가 있었어요.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내가 부여하는만큼 생기게 되거든요. 사람들은 저마다 귀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겠지요.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는, ‘엄마’로서의 내 자아를 좀 더 존귀하게 대해주게 되었달까요? 그리 길지 않을 양육의 시간, 내 마음을 조금 덜어 애쓰고 싶어요. 그러면 훗날 그 시간이 참으로 즐거웠노라고 말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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