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dream job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기억이 나는데 그때 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또 조금 지나서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어느 날엔 작곡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예술과 패션 분야에서 꿈을 꾸던 아이가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나서는 약사와 치과의사를 꿈꾸고, 박사학위를 따서 교수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참 그때는 다 이루어질 것 같았지요 😉
영화 테이프 감기듯이 시간이 휘리릭 흘러 2023년의 11월의 어느 날, 그 꿈 많던 여학생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부엌에서 짐 정리를 합니다. 정리를 하면서 안에 깊숙이 있던 병아리콩 한 봉지를 찾았어요. 바로 후무스가 떠올랐어요. 레시피 노트를 꺼내서 병아리콩을 삶기 시작했지요.
그때 문뜩 떠올랐어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삶을 시작하면서 저에게 이상적인 직업으로 '요리 선생님'을 떠올렸다는 거예요. 제가 요리 선생님을 떠올린 건 요리를 엄청나게 잘해서가 아니고 일을 하면서 가족도 잘 먹일 수 있는 '효율적인' 직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어차피 해야 할 요리, 조금 더 열심히 잘 해서 집 근처 작은 쿠킹 스튜디오에서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넉넉히 만들고 남은 요리를 가족들에게도 식사로 내어주면 돈도 벌고 가족의 건강도 챙길 수 있겠다고 제 딴에는 생각해 보았지요. 스튜디오가 코지 하게 예쁘면 더 좋겠고요. 수업하면서 수강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 물론 요리도 일이 되면 다른 게 되겠지만 말이죠.
지금 저에게 이상적인 일은 아이들 셋을 돌보는 일과를 최대한 유지하며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베이비시터 분을 두고 아이 둘 키우며 회사도 다녀봤기에 물리적으로 아이들과 오래 떨어져 일하는 직업은 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요 (이놈의 성격은 누구 밑에서 일도 잘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극강의 E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이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와 내 삶과의 fit을 더 생각하고 그 안에서 할 일을 생각하는 지금. 꿈 많던 여학생 때만큼이나 설레네요.
과거의 저는 몰랐던 제 모습인지, 아니면 살면서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변한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나쁘지 않아요. 일에 제약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내 일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같이 응원하고 토닥토닥해 줄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그런 인연들이 제 주위에 많은 것 같아 새삼 너무 감사한 오늘입니다. 라이프 살롱 매거진이 lifewalker 님들께 그런 응원과 토닥토닥을 해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레터와 어울리는 브루노 마스의 Count on Me 노래 전해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