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살롱 매거진 36호 🙎 11. 9. 2023
Vol 36. 완벽한 때를 기다리는 그대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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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from Gina
언젠가 라이프살롱 멤버님들께 나는 'wisdom collector (지혜 수집가)'로 저의 업을 정의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함께 북클럽을 할 때도, 혼자 독서를 할 때도, 그리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일할 때도 wisdom moment를 캐치해 내는 것을 좋아하고 또 이것을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며칠 전 에디터 소피님과 유리님께서 저희 집에 오셨는데 제가 셋째 기저귀를 바꿔주면서 흘러가는 이야기로 '나이가 들어서 아기를 낳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옛날에 애는 빨리 낳아 빨리 키우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지금 드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 몸은 좀 더 힘들 수 있지만 성숙해져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덜 힘든 것 같아요. 지금 이때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알기 때문에 사랑을 더 듬뿍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첫째 둘째 때는 힘들다고 징징거리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랬더니 유리님께서 '그래서 뭐든 명확히 완벽한 때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라고 하셨어요. 저는 이 말씀이 wisdom moment였어요. 어떠한 기억이나 상황을 전혀 다르게 보게 해주는 지혜의 메세지.
그래. 뭐든 완벽한 때 라는 건 없는 것 같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걸 후회해요. '그때 했어야 했었어' '이미 늦었어' '그때가 적기였는데 내가 놓쳐버렸어' 많이들 자신의 탓 또는 남 탓, 상황 탓을 하곤 하지요. 저도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진지하게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한 학위를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허송 생활을 보냈다고 자책하곤 했어요. 첫째 둘째를 낳고도 후회 할 정도로 꽤 오래 많이 힘들었어요. 물론 좀 더 젊을 때가 여러모로 적기로 보이긴 하지만, 돌고 돌아 지금 제 나이부터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특히나 이런 시기적인 적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모두 다 어떠한 시점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는 그 '적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어느 시점에 해서 다른 시점에 하는 것보다 월등하게 좋은지는 아무도 몰라요. 왜냐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고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니까요.
그러니 '시기를 놓쳤어' '때를 놓쳤어'라는 생각보단 '지금도 괜찮지 뭐'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완벽할 필요도 없고 지금 정도면 괜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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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Guest Editor: Gen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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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 의 명대사이다. 지금 이것보다 더 나와 실키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이렇게만 들으면 실키가 연인 혹은 절친의 이름이라 생각될 것 같은데, 실키는 미시간으로 MBA를 떠난 사촌 언니에게 중고로 구입한 SUV 자동차이다. 자동차에 애칭을 지어준다? 불과 6개월 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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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누군가는 처음 면허를 따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한 나이에 면허를 땄다. 면허는 타이밍이라고 하던데, 수능 끝나고 열풍처럼 불던 면허증 취득을 오랜 해외 생활이란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올 4월에 드디어 원하던 이 증을 손에 넣었다. 시험이라는 것 자체를 오랜만에 보다 보니 무척이나 떨렸고, 기능을 한번 떨어졌을 때는 이것도 못하는 내가 한없이 한심해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원하던 면허를 땄지만 내 스스로가 나란 사람에게 면허증을 주어도 되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았다. 면허 취득이 곧 운전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얼른 운전을 하고 다니고 싶은 마음에 추가로 20시간 운전 연수를 곧바로 신청했다.
운전 면허 선생님은 운전 베테랑에 모범 기사님처럼 세상 젠틀하게 생기셨지만, 내게는 정말 엄한 선생님이었다. 처음 10시간은 운전의 기본과 핸들링, 코너링, 방어 운전, 주차 등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지만,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답보 상태인 내 운전 실력에 지친 듯 남은 10시간은 혼내기 바쁘셨다. 한번은 아파트 주차장 스티커를 몇 주째 안 붙여, 아파트 게이트를 드나들때 마다 방문자 등록을 해야 했었다. 왜 이렇게 ‘게을러서’ 이런 것도 안 해 놓냐는 선생님의 매서운 책망을 듣다 듣다 나도 억울하여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고 매일 일이 새벽에 끝나 챙길 시간이 없다. 그러니까 돈 주고 배우는 것이 아니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눈물샘까지 터져 버렸다(그렇다 나는 조금 눈물이 많다). 업무량을 조절 못해 연습할 시간이 없는 나, 이미 구입해 버린 자동차, 지불해 버린 수업료 모든 게 아까워 짜증이 났다.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 연수를 마치고, 다른 연수 선생님을 찾아봐야 하나 망설이던 때, ‘정 시간 없으면 아파트 단지내라도 돌아다녀 보세요’ 라는 말이 생각나 무작정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어..어.. 이게 되네?' 라는 심정으로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올라왔고, 단지를 몇 바퀴를 돌려던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후진이 어려웠던 나는 정말 실수로 아파트 차단기를 넘어버리고 말았다. ‘어..어...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마음과 다르게 차는 이미 영등포 사거리를 향하고 있었고,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여의도 한강공원이라고 네비를 찍었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가 넘었고, 밤 운전에 비까지 약하게 오는 정말 처음 경험해 보는 컨디션에 도로에 혼자 남겨졌다는 불안감으로 정말 덜덜 떨면서 운전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운전을 하면 할수록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성취감, 차선을 제대로 변경하지 못해 일직선으로만 달리는 나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경로를 제시해주는 네비의 수고, 목적지에 딱히 도착할 이유가 없는 나 이 셋의 삼박자가 잘 맞았던 걸까? 나는 그날 무사히 서강대교를 건너고 광흥창역을 지나 국회의 야경을 보며 집으로 귀가했다. 다른 사람들이야 겨우 그 정도로 뭘 호들갑이냐고 이야기하겠지만 나에게는 오랜만에 맛보는 성취감에 대한 희열이었다. 일이야 안 힘들 때가 없었지만 특히 최근에 회사에서 인사이동 이후로 내 존재와 쓸모에 대한 의구심에 나를 갉아먹었던 시간이 이 작은 성취로 인해 조금이나마 보상 받는 기분이었었다. 이 차가 뭐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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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할 때 언제라도, 어디든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 어떻게 보면 실키 없이도 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는데, 실키로 인해 조금 더 편하게 빠르게 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 더 드는 것 같다. 실키를 타고 예쁜 옷을 고르러 아울렛도 가볼 수 있었고, 마음이 울적한 날엔 밤 늦게 한강으로 달려 마음이 풀릴 때까지 걷다 오기도 했다. 최근 홍천 군인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친구 집들이에도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었다. 엄청나게 늦어버려 대실패로 돌아갔지만 비가 무척 많이 쏟아지던 날 고객사 미팅을 운전해서 가며 내 명줄을 테스트해 본 날도 있었다. 다 운전하기 전에는 마음만 먹고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현재 나에게 주는 최고의 셀프케어가 운전이라니 글을 쓰면서도 자꾸 너털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나 나에게 주는 위안이 없는걸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위안이라도 있어서 그래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실키 보험비와 주유비는 벌어야 하니까… 이렇게 무생물도 갖는 존재의 무거움이 있는데,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는 얼마나 막역한 책임감과 애정을 가질지 벌써부터 무서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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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을 원할 때 아무 때나 타고 다닌다는 죄책감도 물론 함께 존재한다. 지구한테 정말 미안해 이 빚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까 싶다. 이 순간이 주는 해방감이 환경에 대한 나의 책임감을 자꾸 망각 시켜 무서울 뿐이다. 조금이라도 짐이 덜 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하며 주말 드라이브 코스를 짜고 있는 이 양면적인 나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조금은 무거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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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Editor: Bramaso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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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평영 발차기를 배웠어요.
호흡이 안정적으로 되어서 코에 물이 들어가거나, 물을 삼키는 일이 적어지자, 새로운 영법 강습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제가 수영을 배우면서 달라진 점은, 아이들과 수영을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단 건데요,
별로 숨 찬 기색없이 편안하게 수영을 하는 첫째는 요즘 접영을 배우는 중인데 긴 다리와 긴 팔로 몸을 유연하게 하여 물을 타는 그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추켜 세워주기도 하고요,
둘째에게도 너는 아직 일곱살밖에 안되었는데, 엄마보다 더 잘한다고 엄지를 올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들 강습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아이들이 수영을 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열살짜리 큰 아이가 웨이브를 타며 접영을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접영이야말로 모든 영법 중에서 가장 몸을 잘 써야 하는 분야 같더라고요.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고 힘있는 코어 근육이 필요한 정말 아름다운 영법.
언젠가 저도 그렇게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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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가 그의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몸이 늙어 쇠약해져서, 근육량 1kg이 줄어들 경우, 그에 따른 의료비를 계산해보니 근육 1kg의 가치가 연간 약 1300만원이라고 해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잘 생기지 않으니, 젊고 건강할 때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훗날 더 늙어서는 그 근육량을 잘 유지하자는 것이죠. 누군가는 쇠약할 노년을 위해 돈을 써서 각종 보험에 들어놓지만 차라리 운동을 배우고, 운동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자신을 위한 투자를 꾸준히 하는게 젊게 살아가는 건강한 방식이라는 겁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며, 습관이 행해지는 방향에 따라,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변화 된다고 해요. 저는 ‘매일 아침, 수영을 하는 몸’을 습관으로 들이기로 했어요. 그래서 월수금에 이어, 화목토도 수강신청을 하고, 주4회 이상 수영을 하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어요. 만 서른아홉에서야, 기본 호흡과 발차기를 시작으로 한 이 운동이 삶에 묽은 자극이 되어 주었습니다. 예전엔 시간이 없어서, 혹은 운동할만큼 체력이 좋지 못해서 운동을 미루었다면 지금은 수영을 하고 오면, 하루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수영을 하고 있으면,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오로지 내 팔과 다리,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머릿속의 복잡한 문제들은 저절로 청소가 되고, 알곡같은 생각만 남아, 일상에서 나를 긴장하게 한 것들이 모두 수용성으로 물에 녹아버려, 나를 가볍게 해요.
< 노란 수영가방에 푸른색 수영복을 챙겨, 수영장으로 향할 때 마음이 달떠요 >
최근에 바뀐 저의 자기소개 한 줄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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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수영장이 생겼어요.
(웃기죠, 가고 싶은 수영장이라니요)
내년 여름 이 곳에서 수영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날의 유영을 위해, 오늘도 음-파!
수영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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