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살롱 매거진 30호 👩🎨 9.14. 2023
Vol 30. 나의 '진지한' 취미를 찾아서 (1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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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from Gina
저는 진지하다고 하면 떠오르는 세 글자가 있는데, 그 세 글자는 '궁서체'입니다.
요즘은 진지함을 약간은 놀리는 투로 심각함, 심오함 등으로 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나 지금 세상 진지하다 (궁서체)' 라는 캡션에 아주 심각한 표정의 (귀여운) 동물 사진이 그런 예입니다. 사실 '진지하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 쓰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참되고 착실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요. 취미이지만 참된 마음으로 착실하게 해나가는 것들을 말하겠죠.
어떤 사람의 취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취미를 진지하게 한다? 하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입니다. 진지하게 어떤 취미를 꽤나 꾸준히 해온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이 사람이 '싸워 이긴'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일상의 바쁨에도 그 취미를 진지하게 하기 위해 유혹과 포기에 맞서 싸웠을 거예요. 그리고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열정이 많기에 '에너지 레벨이 남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비록 요즘 사회는 약간의 무관심과 시크함, 타고난 재능 등을 힙하고 멋지게 보는 편이지만 그런 분위기와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은 진지함.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은 진지함은 어떤 한 사람을 참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 에디터 소피님의 플라멩코 공연에서 느꼈더라죠)
이번 30호 매거진에서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남았습니다. 1부와 2부로 다음 주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매거진을 보시고 '나도 진지한 취미가 있다!' 하시는 분들은 아래 피드백에 적어주세요. 그 취미가 무엇이며, 언제부터 어떤 경로로 하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하는 이 취미가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적어주시면 다음 호에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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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공유해주신 플레이리스트 정말 좋네요, 일하다가 보는 창문밖 하늘과 귓가에 들리는 멜로디가 잘 어울려서 행복합니다. 지나님 임신후기에 힘드실텐데 이렇게 알찬 메거진 감사합니다 ^^ 해외이사 준비하신다 하셨는데 그 이야기도 추후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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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옷장, 플라멩코
#플라멩코 #춤 #취미
Editor: Sop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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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화이트, 블랙, 그레이, 베이지 색깔의 옷들을 주로 입는 내겐 포기하지 못하는 비밀의 옷장이 있다. 옷장 한 칸에는 무지개 컬러와 수많은 패턴으로 가득한 프릴 달린 스커트와 인어라인 드레스, 망사스타킹, 그리고 굽 높은 구두와 화려한 꽃 장식들이 가득하다.
나는 일주일에 1번 그 옷장을 연다.
플라멩코를 추러.
나의 취미, 플라멩코
아이가 3살 때 거실 댄서로 아이와 퀸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놀았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던 나는 온전히 아이를 돌보는 시간 속에서 해소되지 않는 우울감을 떨쳐내기 위해 플라멩코를 하게 되었다. 마침 무용을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취미가 플라멩코였고, 의상을 대신 주문해 드리다가 플라멩코 유튜브를 보게 되었던 게 시작이었다. (지금 시어머니는 하와이 훌라댄스에 푹 빠져 계신다) 그렇게 시어머니와 공통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남편과 시댁에 맡기고 토요일마다 취미생활을 하러 달려 나갔다. 동네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아주 밝은 얼굴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플라멩코는 7년을 넘기고 8년 차에 들어섰다.
플라멩코(flamenco)란?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플라멩코는 스페인 에스파냐 남부 안달루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노래(칸테, cante), 춤(바일레, baile), 음악적 기교(토케, toque, 음악 연주)가 융합된 예술이다. 그중에서 나는 춤을 배우고 있다. 플라멩코는 세 살 꼬마부터 연세 많은 할머니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공연을 위해서는 징이 박힌 구두를 신지만, 진짜 멋은 청바지 차림의 플랫슈즈로 추는 플라멩코라 할 수 있다.
플라멩코의 매력은?
붉은 꽃을 머리에 꽂고 스페인 광장을 누비던 김태희의 애니콜 광고로 한국에는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징이 박힌 구두를 악기로 쓰며 4박, 5박, 12박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뮤지션들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추는 즉흥 안무가 플라멩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멩코는 포용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플라멩코의 장르들은 특별한 규칙 아래 기타 연주가 진행되는데 그 안에 기타리스트의 여러 변주, 가수의 여러 추임새와 매력적인 색깔, 각 무용수들의 움직임의 속도에 맞춰 진행되는 음악의 진행이 마치 재즈 연주같달까? 즉흥으로 하는 fiesta por bulerias에서는 각 무용수만의 재치와 기량을 볼 수 있고, 곡마다 응원의 추임새 할레오를 관객, 춤추는 무용수, 뮤지션 모두 외쳐주는데 박자를 놓쳐도 ‘잘한다, 예쁘다,멋지다' 는 할레오를 들을 수 있다. 할레오 한마디 알아두면 스페인 따블라오에서 공연을 즐길 수도, 스페인광장의 무용수에게 할레오 한마디(덕담) 던질 수 있으니 알아두면 그 또한 삶의 멋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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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하게 된 이유가 뭘까?
플라멩코는 어렵다. 동작이 많으면 많아서, 없으면 없는 대로 어렵다. 동작이 어려워지는 4-5년 차가 되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이런 과정에 스트레스 받기보다 신체가 이해하는 과정을 기다려줘야 오래 할 수 있는 게 '무용'이라는 취미다. 과정이 아름답다기보다 운동선수의 훈련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다리에 힘을 잘못 주면 무릎과 발바닥이 아프다. 다행히 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무릎과 발이 더 이상 아프지 않다. 힘을 어떻게 쓰는지, 호흡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워야 한다.
또한 오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였다. 결국 사람과 하는 취미라서 그렇다. 방송에서 조인성에게 친구란 무엇이냐 물으니, 나이 들면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사람에게 연락하게 되고, 그런 사이가 친구라 생각한다고 하더라. 취미도 그렇다. 함께 하는 사람이 편안하면 오래 할 수 있다.
이 취미가 내 일상에 어떤 의미가 있나?
나를 놓치고 살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고 잘 하고 싶어서 밤새 유튜브를 본 적도 있고 매일 밤을 좁은 화장실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졸음이 쏟아져도 땀을 뻘뻘 흘리며 화장실에 서서 춤을 추는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디에라도 집중할 수 있는 한 평의 공간과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나?
춤을 추고 싶지만, 누군가와 몸을 맞대고 추는 게 싫다면 플라멩코를 추천하다. 그리고 사라진 열정을 확인하고 싶다면, 내 안에 화가 많다면 ^^ 당장 추천한다.
운동효과도 꽤 큰데, 3달 정도만 배우면 팔의 군살이 정리가 되고 심폐지구력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으로는 춤을 추고 나면 온몸의 감각을 깨워서인지 마음이 말랑해지고 잠이 잘 온다는 것이다.
8년 차 취미 무용가로 느끼는 플라멩코는?
지난 주 공연을 했는데, 공연 전 라이프살롱의 에디터 브라마솔레님이 보내주신 문자가 있다.어차피 공연은 끝이 날거니, 부디 즐겁게 하고 오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플라멩코를 위해 단기간에 성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발레와 필라테스와 각종 온 오프라인 수업을 섭렵하기도 했다. 아주 열심히. 그러나 이제서야 깨달은 것은 플라멩코는 느긋하게 배워야 하는 취미라는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더워서 낮에 일도 안 하는 그들이 가진 춤의 멋이 어찌 단기간에 나오겠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스페인 사람들 그 자체, 플라멩코를 향해 오늘도 즐겁고 느긋하게, Vamonos! 비밀의 옷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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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
#캘리그래피 #금손 #독학
Editor: So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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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초등학교 학부모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만나게 된 캘리그래피는 나에게 운명이었다.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빨리 배우는 일명 "금손" 타이틀을 가진 나이지만, 글씨는 왜 이렇게 악필인지... 어른이 되면 다른 여느 어른들처럼 나이에 맞는 글씨체를 저절로 갖게 될 거라 굳게 믿어왔는데... 역시 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를 한 장 쓰려 해도 글씨체가 정갈하지 못한 나는 늘 손글씨 남기기를 주저해왔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학부모 동아리원을 모집하는 유인물, 평소라면 가볍게 스쳐 지나갔겠지만, "악필 교정" 이 네 글자에 꽂혀서 나도 모르게 어느덧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캘리그래피는 글의 내용에 따라 선의 강약, 속도, 각도 등을 조절해가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잘 전달되도록 문자를 아름답게 써 내려가는 일련의 창작활동이다. 글씨를 예쁘게 꾸며쓰는 줄만 알았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막상 파고들수록 그리 단순하지는 않았다. 캘리그래피를 배우면서부터 주변 간판, 광고, 드라마 제목 등등 캘리그래피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 놀라기도 했다. 그저 악필 교정을 목적으로 수업을 신청했던 게 6개월 전이었는데, 지금은 1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과 함께 진지한 취미이자 또 다른 직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그만큼 매력 있다) 나의 캘리 선생님도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고 나신 후에야 우연한 계기로 캘리를 만나게 되셨다고 한다. 지금은 어느덧 10년이 넘는 경력을 이어 나가시며 작가로서도, 강사로서도 맹활약 중이시다. 뒤늦게 시작하게 된 캘리로 많은 수입을 얻으셔서 매우 보수적이셨던 남편분 께서도 지금은 지지해 주신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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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상들이 서예로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들 하는데,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연습장과 붓 펜 하나만 가지고도 앉은 자리에서 두세 시간이 순삭이다. 하룻밤 사이에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지라도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덧 글씨의 덩어리감과 조형미를 보는 눈이 생기고, 보이는 만큼 손으로도 똑같이 해낼 수 있다. 글씨 연습만큼 투자한 시간 대비 결과가 정비례로 상승하는 게 있을까 싶을 만큼 딱 그만큼씩 실력이 쌓인다. 거기에 연습할 만한 소재를 두리번거리며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시집들을 뒤적이게 되고, 맘에 드는 시를 옮겨 쓰며 곱씹다 보면 느끼는 바 또한 작지 않은 행복이다.
혹시 누군가 진지한 취미를 찾고 있다면 캘리그래피를 추천한다!
빠른 시간에 자격증도 따고, 작가로서 혹은 강사로 활동을 원한다면 강의를 들으시라 추천하지만, 글씨 연습의 매력은 붓 펜과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시작하는 독학으로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내가 그동안 시도해 본 취미들 중 모든 면에서 가장 sustainable 한 취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습 중인 글귀에 걸맞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쓴 습작은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삶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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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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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시작했습니다
_진지한 취미를 찾아서
Editor: Bramas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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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하와이에서 돌핀 퀘스트 (Dolphin Quest)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하루를 보낸 날이 있었습니다.
약 30-40분간 돌고래를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만져보고, 먹이도 건네는 아주 놀라운 시간이었지요.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신청자에 한해, 돌고래의 몸을 살짝 잡고, 함께 수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구명조끼를 입었는데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깊은 물 너머로 나가야 한다는 공포감에 주저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결심했죠. 나도 수영을 배울거야! 라고. 여름이 되니, 수영 강습의 인기는 더 올라갔고 저는 번번이 낙첨했어요.
저희 동네에는 두 곳의 시립 수영장이 있는데, 한 곳은 생긴지 몇년 되지 않아 길이 50m 수영장을 갖춘 곳이고, 다른 곳은 25m 길이의 생활 체육 시설로 지어진 평범한 수영장이에요. 매번 집에서 가까운 50m 수영장에만 지원을 했는데, 차를 10여분 더 운전해서 가더라도, 어서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규모가 작은 수영장에 지원했더니 드디어 당첨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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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물에 뜰 줄은 알지만, 팔돌리기나 측면 호흡하는 방법 같은것은 엉터리로 하는 정도였어요. 생전 처음 수영을 배우는 분들과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먼저 물 속에서 코로 호흡하는 방법과 다리를 안짱으로 살짝 모아 발등을 곧게 편 채로 발차기를 하는 법을 배웠어요. 기초 중의 기초, 왕초보반인데도 수영을 배운다는 것 자체로 설렜습니다. 이미 마음은 저기 깊은물 상급레인에서 접배평자(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를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처럼 물이 좋아졌어요.
문득 수영을 10년 넘게 하셨다는 어머님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자신은 올해 여든하나인데, 수영을 10년넘게 하고 있다고. 수영만큼 좋은 운동이 없더라면서, 크게 돈도 안들고, 물 속에서 하는 운동이라 몸에도 많이 무리가 안가서 좋다면서 손주들도 수영은 꼭 배우라고 조언해주신다고 해요. 애기엄마는 배운지 얼마나 되었소? 하시는데 아, 저는 1주일 되었어요. (듣고 계시던 어머님이 활짝 웃으심) 근데 진짜 재미없는 발차기, 자유형 팔돌리기 하는데도 재미있다고 느낄만큼 수영 배우는게 좋아요. 저도 어머님처럼 평생 운동으로 삼으려고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배워서 빨리 두번째 레인으로 갈게요! 라고 답했더니, 그려. 어서와요. 아마 나보다 훨씬 더 잘 할거여. 나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속도가 더뎌지거든. 애기엄마는 젊어서 금방 배울테지. 하고 저를 북돋아주셨답니다.
책을 읽다가도, 빨래를 개다가도, 밥을 하다가도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고, 몸을 살짝 롤링해서 팔돌리기를 연습합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볼 유튜브로 ‘자유형 기초’ ‘자유형 팔돌리기’ 같은 것을 검색해요. 오리발을 끼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날까지 계속해볼게요.
월수금 plop plop swimm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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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Salon Updates
- 지난주 금요일에 해리포터 3기 시리즈 완독 오프라인 책거리 모임이 있었습니다. (지나의 블로그 후기, 다람지님의 후기)
- 추석연휴가 있는 9월 마지막 주와 10월 첫째 주는 라이프살롱 매거진도 쉬어가도록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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