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살롱 매거진 23호 🧪 7.27. 2023
Vol 23. 행운의 물약을 마신 것 같은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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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from Gina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우리의 삶에서 행운의 물약을 먹는다면 어떨까?
이번 주로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해리포터 6권에서 아주 진기한 물약이 나옵니다. ‘Felix Felicis’라는 마법의 물약입니다. Felix는 남자 이름으로도 쓰이는데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로 'happy, fortunate'이죠. 이 물약을 마시고 약의 효능이 유지되는 동안 그 사람이 시도하는 모든 행동에 행운이 따라요.
이 행운의 물약을 마신 주인공인 해리포터는 대의를 위해 꼭 해야만 하는 미션을 성공해 내기 위해 이 물약을 마십니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지만 바로 ‘이런 것들은 문제 되지 않아. 나는 오늘 호그와트에서 가장 행운 있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에게 되새깁니다. 그렇게 그 난관들을 아주 손쉽게 헤쳐나가죠. 재미있는 사실은 이 물약을 마실 땐 결과를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약은 어떤 행동을 할 때 앞에 나타날 약 몇 걸음 정도의 길에 불을 비춰준다고(illuminating) 했습니다. 주인공은 그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right thing to do)’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 좋은 느낌이 들어 (I’ve got a good feeling about-)’라는 확신을 갖고 행동을 하게 되죠. 심지어 자신이 하는 행동이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변덕스러운 행동일지라도 말이죠.
저는 이 물약의 효능이 묘사된 문장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마법사 세계가 아닌 일반인(머글) 사회의 마법의 물약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은 우리가 선택한 결정에 따라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런 일상에서 행운의 물약을 마신다면 어떨까요? 우선 주인공 해리처럼 ‘나는 가장 행운가득한 사람이야!’라고 믿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에 확신과 믿음을 갖겠지요.
저는 최근에 비슷한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어요. 보통 때보다 더 많이 자고 일어난 날. 충분하게 쉰 몸의 밸런스에서 오는 어떤 알 수 없는 호르몬/화학물질 때문인지 ‘오늘 뭔가 다 잘 될 것 같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이 들면서 행운의 물약이 앞에 나타날 약 몇 발자국의 길을 비춰주는 것처럼 오늘 일어날 일에 대한 기분 좋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하고 조금 더 많이 웃었지요. 자연스레 더 활기찬 하루가 펼쳐졌어요. 사실 '자연스레'는 아닐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지만 사실 의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거든요. '기분 좋은 날이니 조금 더 웃자. 조금 더 친절하자’ 마인드 셋과 그에 따른 행동들이 마법의 물약을 먹은 것 같은 날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마법의 물약처럼 조제하는데 6개월이나 걸리고 많은 양을 잘못 마시게 되면 생기는 치명적인 유독성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의지가 필요하고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것(관련 유튜브 영상 'flow')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죠. 나의 몸, 정신, 마음이 잘 작동할 수 있게 나를 돌봐주어야 합니다. Self-Care ❤️ 그냥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더 많은 의도성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하루를 끝내고 나면 ‘꽤 괜찮은 날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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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은 날이니 마들렌을 구워 주위 사람들과 나누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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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믿을 수 없겠지만 빅뱅
지은이 : 카브리나 소브럴 / 옮긴이 : 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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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적잖게 겪는 일인거 같은데, 나는 임신 기간이 가장 건강했다. 평소 저혈압으로 쉬이 피로하고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뱃 속에 있는 동안은 내 몸이 알아서 비상체제를 유지했다. 혈액 공급을 위해 좀 더 빨리 심박이 뛰니, 정상혈압이 되었고, 몸무게가 늘어 손발이 따뜻했다.
하지만 아기를 낳은 직후, 비상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자(?) 면역력이 수직하강 했다. 어릴적 앓았던 아토피가 ‘화폐상 습진’이라는 고약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고, 한번 생긴 병변은 쉬지 않고 진물을 뿜어댔다. 밤이 되면 더욱 심해지는 증상때문에,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니 낮이나 밤이나 내 감정은 고르지 못했다.
결혼한지 5년만에 낳은 첫 아이라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고자 하는 욕심으로, 어찌저찌 약을 달고살면서도 34개월쯤에야 첫 기관에 보냈다.
그때, 처음으로 보낸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 이 아이는 혼자서 노는것을 더 좋아한다고 얘기해주었는데 지금이라면 아, 그런가요? 하고 넘길 말을, 그 당시엔 그게 참 슬프게 들렸다. 왠지 몸이 아픈 나로인해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고 자극해주지 않아서 덩달아 아이도 소극적인 것이 아닐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알게 된 바, 우리 첫째는 기질적으로 조금 고요하고, 힘들어도 딱히 어떻다 투정 부리지 않고 무던하게 넘어가는 아이였다.
행복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큰 소리로 발표를 하고, 까르르 웃는 것은 편향된 육아의 환상중 하나였다. 기분이 좋아도 그냥 빙그레 웃는 정도로 마는 사람도 있는건데.
어느덧 아이는 열살이 되었고 (만8세)
나에게 여러가지 영감을 준다.
엄마, 사실은 별도 태양이에요. (읭?)
그리고 원래 모든 대륙은 한덩어리였어요. 초대륙요. (그..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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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는 우주가 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모른다니 참 신기하지. 아이가 늘어놓는 이야기에 무심결에 툭 나온 나의 대답. 그 말을 듣고선 잠깐 아무런 답도 않고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 귀엽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는 장면을 글로 옮겼더니 머릿속에 절로 2,3,4,5,6,7편까지의 스토리가 전개되었다는 J.K 롤링처럼 작은 점에서 시작된 우리의 생은 방향을 알 수 없는 꿈과 모험으로 내달리게 되겠지.
그러니 지금 더 많이 놀아야 해. 더 많이 꿈꾸고.
온 우주가 그린 궤적의 중심에, 네가 있을거야.
“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가끔, 마음이 조급해 질 때엔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축사를 다시 듣는다. 수학자가 말하는 암호같은 생의 비밀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대로 받아쓰고 싶어진다. 아이들 눈에 우리는 관대한 우주일까?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경험하는 방학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by Bramaso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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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해 정리정돈 - PKM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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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달을 달려가는 세 번째 임신의 초기 때 나는 네스팅(nesting)을 했다. nesting은 nest ‘둥지’를 만들거나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뜻한다. 좀 더 안전하고 편하고 통제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주위 환경을 정돈하는 경향을 뜻한다고 한다. 구글에서 보니 인간 산모 외에도 엄마가 되는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고 한다.
나는 지금 또 다른 형식의 nesting 중이다. 나는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약어로 PKM) nesting을 하고 있다. 이 용어는 임신 후기가 되면서 실용서와 멀어진 내게 필요에 의해 읽게 된 Tiago Forte의 ‘Second Brain’ (국문: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에서 나왔다. 직역을 하면 ‘개인 지식 관리’라고 할 수 있겠다. 지식사업을 하고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로써 만들어진 나만의 아이디어와 인사이트, 예시들은 내 일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것들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기억력으로 이곳저곳에 흩트려져 있는 정보들을 나열해서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셋째 출산이 임박해오는 지금. 향후 2개월 후의 내 삶이 얼마나 정신이 없을지 계속 상상하게 된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그래서 다양한 플랫폼과 PC, 노트에 흩어져있는 나의 지식 콘텐츠들을 한곳에 모으는 정돈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초기엔 집의 환경을 nesting 하더니 이제는 내 머리에서 나온 것들을 nesting 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나의 정보 저장 공간들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매우 번거롭다. 이게 귀찮아서 낭비인 것을 알면서도 다양한 플랫폼에 구독료를 내면서 저장했다. 챕터 가이드의 내용이 되는 영어원서 챕터별 분석글들은 에버노트에, 방대한 사진과 비디오 파일들은 애플 아이클라우드에, 북클럽과 매거진 업무들은 구글 드라이브에. 이러한 디지털 저장 공간 외에도 나에겐 아이디어를 수기로 정리하는 다이어리, 일기장, 손으로 일일이 잘라 스크랩한 신문 스크랩북도 있다. 가끔 '어디다 적어놨는데…' 하면서 이곳저곳을 찾던 기억이 난다. 못 찾으면 멘붕이었고 😣 아기를 낳으면 뇌도 같이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에게 더 이상 이런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면 안된다. 그러니 이것은 철저히 나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나의 PKM 네스팅은 내가 쌓은 정보들을 원하는 때에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 이주도 있으니 미리 컴퓨터 하드, USB도 정리해야 한다.
본래 천성이 뭔가를 주도적으로 미리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두려움도 동반한 필요성에 의해 하게 된다. 그 두려움은 내가 하던 일을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랄까..?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해도 조금 덜 혼란스럽기 위해 나는 이런 정리를 시작한다. 이 정리의 과정을 기록하여 함께 나눠보려고 한다. 다른 더 급한 일들이 생기면 자꾸 미룰 정리인데 기록을 남긴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생긴다.
by Gi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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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를 운운하는 것은 나이 들어 보였다. 그러나 어느 날 지인이 절기를 덧붙여 힘내라는 응원의 말을 해주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저 달력의 한 부분일 뿐인 절기가, 격려의 말 끝에 덧붙여질 때는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진 듯 보였다. 그것은 실제로 그 시기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보약 같은 말이 되었다. ‘통과하는 중이다, 통과하는 중이다. 곧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불 것이다.’
아이가, "엄마 지금이 한여름이야?" 하고 물었었다.
-"아니, 아직."
"언제가 한여름이야?"
-매미가 울면 그때가 한여름이야.
집마다 사람마다 한여름을 어떻게들 설명하는지 궁금하다. 한여름에 한여름을 묻는 건 더위 먹었냐는 말을 듣기 딱 좋으므로 여름이 지나야지만 한여름의 정의를 수집할 수 있겠다. 지금은 더위가 가장 심한 대서(大暑)를 막 지난 한여름 안에 있지만, 절기에 따르면 곧 가을이 당도한다고 한다.
8월 7일 또는 8일, 입추 -가을의 시작
입추를 생각하면 절기란 역시 말도 안 되는 계절 감각처럼 느껴지지만 입추를 지나고 만나는 처서가 되면 정말 아침저녁으로 바람의 온도가 바뀐다고 한다. 그걸 요즘엔 '처서 매직'이라고 한다고 한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가을을 상상하는 것은 쉽게 와닿지는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곧 서늘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찾아올 것임을. 에어컨의 찬 바람과는 다른 가을의 바람을 상상해 본다.
8월 23일 또는 24일, 우리는 '처서 매직'인지 아닌지 두고 보기로 하자. 그리고 오늘처럼 무더운 날에는 자신에게 힘이 될 보약 메시지를 한 첩 털어 넣자.
‘통과하는 중이다, 통과하는 중이다. 곧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불 것이다.’
by Sop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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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Salon Updates
- 3분기 Big Little Lies (빅리북클럽) 모집이 진행 중입니다 (모집글).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합니다.
- 해리포터 6권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북클럽이 7주차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6권 8주코스가 완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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