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 중에 The Outfit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추천으로 떠서 봤는데 촬영 장소가 양복점 딱 한곳만 나오는 꽤나 저예산(?) 영화였습니다. 요즘같이 자극을 많이 요구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세팅을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로 몰입감을 주었어요. 주인공은 전직 갱단의 일원이었으나 신분을 숨기고 양복 재단을 하며 미국 시카고에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영국인 남성 Leonard입니다. 어느 날 갱단에서 그에게 그가 할 수 없는 임무를 맡겨 도망쳐 나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재단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당시 와이프도 만나 딸도 낳고 가게를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었으나, 도망쳐나온 갱단에서 그의 행적을 알아내 그의 가게에 불을 질러 그의 모든 것, 즉 가게와 가족 모두를 잃었습니다. 그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카고로 왔는데 이곳에서도 그는 또다시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는 탈출할 수 있게 완벽하게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는데요. 그는 여기서 완벽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It's at the finishings that you must come to terms with the idea that perfection is a necessary goal...  어떠한 일의 마무리 단계에서 완벽함은 필수적인 목표라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precisely because it is unattainable. 완벽은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If you don't aim for perfection, you cannot make anything great. 완벽을 지향하지 않으면 훌륭한 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And yet, true perfection is impossible. 하지만 진정한 완벽함은 불가능합니다.

So, at the finish, you must reconcile yourself to failure. 따라서 마지막에는 실패와 화해해야 합니다.

It's not perfect. 완벽하지 않음을

you have to make your peace with that.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how? 어떻게?

You sit at your board

you lay out your tools,

and you start again.

책상에 앉습니다.

당신의 도구들을 내어놉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you have to make your peace with that.이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탈리아 넷플릭스를 보니 영어로 봐야 할 때가 많은데 이럴 때도 원문이 주는 힘은 큽니다. make peace with. 평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최근 12살 첫째가 등교거부를 심하게 했어요. 아프다고 며칠을 학교를 안 갔는데 또 다음날도 아픈 척을 하며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막내는 저한테 매번 안겨있기 때문에 이날도 새벽부터 10킬로가 넘는 아기를 안고 아침과 간식을 준비하던 저는 그 소리를 듣고 폭발해버렸어요.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하고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거의 야수에 가까운 행동이었어요. 그 와중에 솔이는 제 팔에 안겨서 허공을 정신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아이는 '난 계속 맞겠다. 그러나 학교는 가지 않겠다'라고 하는데 저는 그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아무 소용이 없는 제 화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거든요. 결국 이날도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치심과 화, 속상함이 모두 뒤섞여 둘째와 막내를 학교와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차로 동네를 배회 했어요. 집에 가서 아이를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았고 제 감정 정리도 안되었고요. 그때 저는 혼자 있기보다 도움을 청하기로 합니다. 저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과 평화를 만드는 1번의 노력이었습니다.

예전에 큰아이 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뵀던 스페인 어머님이 계신데 아들이 셋인 50대 인생 선배님이 떠올랐어요. 딱 한 번밖에 뵙지 않았지만 이분이라면 제 하소연을 들어주시고 조언도 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집으로 오라는 말씀을 하셔서 빵을 사서 찾아갔어요. 세 아들을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의 7개국에서 키우신 어머님답게 저희 아이의 상황은 그분이 겪은 수많은 경험 중 하나였던 것이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옆에 큰 아이와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아파서 결석한 막내아들 Adrian도 같이 앉아 셋이 이야기를 나누었죠. 이날 내어주신 따뜻한 티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허브티를 달콤한 페이스트리와 먹는데 벌써 오전의 그 힘들었던 감정이 살짝 누그러진 게 느껴지더라고요.

스페인 어머님은 저에게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이제 이런 건 듣지도 않으니) 아이와 한 팀이 되고 싶다고, 나도 노력할 테니 나도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오늘 Adrian도 학교를 안 갔으니 둘이 게임도 하고 놀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오후에 아이도 보내라고 하셨더랬지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큰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못할 짓을 내 아들에게 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yep'이라고만 했지만... 😤 스페인 어머님 말씀 중 'give him time. he can't react as an adult, he still needs to process everything (그에게 시간을 줘. 아이는 어른처럼 반응할 순 없어. 아이는 지금도 모든 것을 소화해야만 해) 

그렇게 길고도 힘들었던 어제가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해서 어제의 일들을 이야기해주고 지금은 매거진에서 완벽하지 않음과 친해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이것도 제가 생각하는 저의 완벽하지 않음과 친해지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나의 불완전한 스토리를 나누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더 정리가 되고, 또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약간의 희망과 편안함을 주지 않을까 하면서요. 영화에서 Leonard는 그가 완벽하지 않음과 친해지는 방법은 책상에 앉아 (아마도 새로운 양복점을 열어서) 도구들을 꺼내고 또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구독자님들의 나의 완벽하지 않음과 친해지는 방법들에 대해 하단의 피드백에 적어주시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오늘도 저는 불완전한 나의 삶과 화해하며 살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