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 시내에 수플레(souffle')라는 부엌용품점이 있어요. 지나가면서 항상 '예쁘네' '들어가 볼까' 하면서 눈팅만 했던 곳이에요. 당장은 필요한 게 없으니 볼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부엌용품을 살 날이 왔어요. 에스프레소 잔이 필요했어요. 시부모님이 오시니 잔이 더 필요했거든요. 이탈리아에서 커피잔을 살 수 있는 옵션은 수십 가지가 있어요. 이곳도 아마존이 있어서 손가락 클릭 하나로 배송받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당장 대형 슈퍼마켓만 가도 손쉽게 예쁜 잔을 살 수 있어요. 그러나 저에게 머리에 각인된 곳은 '수플레'였지요. 그래서 토요일 이탈리아어 레슨이 끝나고 드디어 들렀어요.
부엌용품들이 천장까지 꽉 채워져있었어요. 매장 안은 환했고 제품 진열이 된 형태가 손님이 부담 없이 구경해도 되는 구조였어요. 들어와서 구경만 하고 가도 아무 부담 없는 그런 곳. 결국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에스프레소 잔을 발견해서 우선 파란색으로 2개 세트를 샀어요. 그러고나서 며칠 후에 다시 가서 아래의 민트색 잔을 두개 더 샀어요.
커피 잔을 천천히 포장해 주시는데 그제야 알게 된 것이 이 가게는 서너 명의 중년의 여성분들이 항상 매장에 계셨어요. 주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점원일 수도 있어요. 어쨌든 그분들은 가게 분위기처럼 친근하고 온화한 인상의 50대쯤의 여성분들이었는데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두 상의에 큰 코르사주(corsage)를 달고 계셨어요.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이 가게 더 진심인 것 같아 보였어요.예쁜 코르사주를 다 같이 달고 친절하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 그 모습에 제 마음이 움직인 거예요.
가격이 아주 싼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 가면 기분 좋은 구매를 할 수 있는 곳. 나한테 사라고 한 적 없지만 내가 내 발로 찾아가는 곳. 수플레를 보며 생각을 했어요. 라이프살롱도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라이프살롱은 언제나 고객이 필요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있는 곳으로 존재하고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매력적인 곳. 머물고 싶은 분위기를 풍겨야겠지요. 그리고 저는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로 그런 모습을 짐심으로 보여야 하고요.
요즘 아이 키우느라 대충 입고 대충 머리 묶고 그랬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가 좀 대충 가는 느낌도 들어요. 보이는 것은 상대에게도 중요하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도 어떠한 마음가짐을 주는 것 같아요. 오늘도 마음만은 상의에 커다란 코르사주를 달고 있는 느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구독자님들께서 다시 읽고 싶은 매거진이 되기 위하여... :)
ps. 피드백 답장을 써주셨는데 제가 또 예전 구글폼을 써서 보이지가 않네요 ㅠㅠ 지난번 매거진에 답장써주신 분 죄송해요 😭 오늘꺼는 새걸로 링크 걸었어요. 🙏
Souffle
Corso Cavour, 15, 37121 Verona VR
💬
Great Quote
Dorothea said that presenting yourself well is a way to show others you care about them. - Whiskey in a Teacup, p.49
도로시아 할머니는 (옷을 잘 갖춰 입어서) 잘 보이는 것이 당신이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라이프살롱 북클럽 책 리즈 위더스푼의 Whiskey in a Teacup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들 중 하나이다. 리즈는 때에 따라 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본인을 기분 좋게 한다고 했다 (make you feel good). 그것에 덧붙여 그녀의 할머니는 잘 갖춰입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다. 예전에 친구의 소개팅남이 두번째 만남에 추리닝에 슬리퍼를 신고온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그가 그렇게 입고 온 것 만으로도 굉장히 기분이 상했다고 했다. 결국 그들은 두번째 만남 후 더이상 만나지 않았다. 도로시아 할머니 말씀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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