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아내이자 엄마, 정규직 교사로 살면서 글을 쓰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말과 밤, 휴가를 모두 독서에 바쳐도 글을 쓰기에는 부족하다"
- 마거릿 워커 (1915-1998) <예술하는 습관> 책에서
오랜만에 읽은 '예술하는 습관' 책에서 이 흑인 여성 소설가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부분에서 얼마나 공감하고 웃음이 나왔는지요!
요즘 저도 가끔 듣는 질문이 있는데요.
- 저는 하나만 해도 바쁠 것 같은데 어떻게 다하죠?
- 게다가 배가 이렇게 나왔네요. 임신 중이라니.... 게다가 애가 둘이나 더 있고!
저는 이런 질문에 그냥 '익숙해졌다'라고 말하게 되네요. 2019년 제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거의 이런 페이스로 살아왔거든요.
물론 지칠 때도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도록 에너지를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사실 '좋아한다'의 감정도 굉장히 다면적인데요. 저에게 '좋아한다'라는 건 제게 유익하고, 가끔(매번이 아니어도) 재밌기도,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면 '좋아하는 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리스트만봐도 제게 이득이 되지 않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라도 하게 되는 거죠. 내가 몸으로 다 경험해 봤고 제게 장 단기적으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는 거라고 봐요.
-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나를 충족시켜 주는 일을 하는 것
- 결국 날 위한 일
- 나를 살리는 일
그래서 내가 지금 놀고 싶은 것 조금 덜 놀고, 조금 덜 쉬고, 좋아하는 책 조금 덜 읽어도 나를 더 크게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없는 시간도 만들어내는 걸 거예요.
앞에서 소개해 드린 마거릿 워커는 소설 '주빌리(Jubilee) (1996)'를 30년간에 걸쳐 썼다고 해요. 그녀에게 오랜 세월 동안 한 작품과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이 어떠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어요.
"그냥 제가 그 소설의 일부가 되고, 그 소설이 제 일부가 되는 거죠. 가족을 돌보고, 그 모든 것들이 그 작품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일상에 사로잡혀 있어도 '주빌리'에 관한 것들을 생각했죠. "
맞아. 맞아. 했어요. 내 일이 삶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정말로 할 수 없으니까.
- 둘째 아이의 축구 레슨에 갈 때 일을 챙겨가서 조금이라도 하고 나오고
- 설거지 할 때, 요리할 때 오디오북으로 북클럽 진도를 한번 들어보고
- 뭔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질 때 인스타그램을 보는 시간에 매거진 글을 하나 써보고
- 피곤해서 쓰러지기 직전 침대에 누워서 다이어리에 끄적거리면서 내일은 또 어떤 식으로 일을 할지 머리를 굴려보고
일이 삶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것.
신나면서도 어려운 일이에요. 가끔은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 들고 아무것도 다 못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아이가 넷이었고 잭슨 주립대에서 문학 교수이기도 했던 마거릿 워커도 그런 불확실함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어요. "그 책을 끝낼 수 없을 거라는 끔찍한 느낌이 들곤 했어요. 글을 쓸 시간이 났을 때도 제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그 작품과 함께 살아온 오랜 시간은 고통의 세월이었죠."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의 소설 '주빌리'가 '성숙한 한 사람의 소산물'이라고 말했어요. 자신의 성장과 동시에 작품도 끝내 만들어낸 거죠. "제가 그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 인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반도 몰랐죠. 그 30년 동안 제가 배운 것들...."
결국 그녀는 글을 썼고 쓰면서 살아냈고요. 그녀는 그것을 '둘 다 해냈다'라고 표현했어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도 언제가 되더라도 먼 훗날에 당당하게 '둘 다 해냈다'라고 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 해낸 것의 기준은 당연히 우리가 정하는 거겠고요. 기다릴것 없이 오늘 둘 다 해낸 우리에게 '해냈다!' 라고 소리질러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