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매거진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공표를 구독자님들께 하고 정말 실천해 보았어요. 확실한 정보성이 되어야 한다고 제 활동을 옥죄었던 인스타그램도 (제 기준에는) 꽤나 instant 하게 정말 insta-gram처럼 해보았어요. 일주일 동안 무려 세 피드나 올렸답니다!
오늘도 제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또다시 책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지만 굵게 임팩트 있었던 심윤경 작가님의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읽고 ‘맞아 나도 그래’라고 동의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제 자신이 ‘나 꼭 뭐 되지 않아도 돼’라고 맘먹은 것이었습니다. 사실 뭐가 될 필요는 없다 까지는 아니고 ‘그냥 엄마만 해도 돼’ 였어요. 엄마만 '잘' 하는 것도 참으로 힘든 거니까요.
잘한다 소리를 듣고 자랐던 저는 미국에 혼자 떠났던 16살 전후부터는 ‘능력 있는 나는 사회에서 꼭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나를 크게 보는 것. 좋게 말하면 긍정적인 사고와 배포가 큰 사람으로 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나를 매번 시험대에 올려놓는 피곤한 삶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에서는 저자의 친구가 30대 후반쯤 되어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고 나서 상담대학원에 합격하게 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친구의 친정아버지가 뛸 뜻이 기뻐하시면서 첫 등록금을 주셨다고 해요. ‘우리 수정이! 등록금은 아빠가 해주 가서!’ 그러고는 다음 말씀이..
‘근데! 거 뭐 될 필요는 없다!’
작가님께서 이북 사투리를 문어체로 옮겨주셨는데 ‘근데 상담대학원 갔다고 해서 꼭 상담사라는 직업을 가질 필요는 없다’라는 뜻이에요.
이 부분을 읽는데 마음속에서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작가님의 친구는 입학에 대해 마냥 좋기만 한건 아니었다고 해요. 많은 변화들이 그렇듯, 두렵기도 하고 또 학업으로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을 거고요. 그런 두려움을 알아차리고 아버지는 그 마음을 누그러트려 주신 것이지요. 더 눈물 포인트는... 상담사가 되어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아버지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안 계신다는 것입니다.
심윤경 작가님은 친구 아버지의 그 한마디가 ‘부담 없는 편안함’ 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러한 편안함은 사람에게 가벼운 마음을 주고 사람은 가벼운 마음일 때 가장 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이를 이 책의 메인 주제인 육아와 연결시켜 부담 없는 편안함은 아이가 받은 것들을 가지고 마음껏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내면적 자원이며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여러 가지 두려움을 떨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최근 세 아이를 키우며 ‘나 꼭 뭐 되지 않아도 돼’라고 한껏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니 지금 제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해 내기 시작했어요. 나 자신에게 준 너그러움에 대한 진심어린 보답이랄까요? 내가 예전에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없어 좌절감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고, 육아에만 파묻혀 내 개인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런 외로움도 아닌 적당한 희망적 자세로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살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부담 없는 편안함을 줬던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이 없었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어요. 내가 나에게 주면 되고 그리고 우리가 우리 자녀에게, 동료에게 주면 되니까요 🧚♂️
🔗 2022년 9월 14일 지나의 뉴스레터 내려놓는 순간에 갖게 되는 것 💎💎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 라이프살롱 매거진 구독자님의 애칭을 예전부터 고민해왔었는데 전에 소피 에디터님께서 제안해주셨던 '라이프 워커'로 우선 불러볼까해요. 나의 삶을 뚜벅뚜벅 내 속도대로 걸어가는 life walkers🚶🏻♀️🫧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