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완독했어요. 저의 지금 상황에서 끌어당겨지는 책과 콘텐츠들은 '정리, 정돈' '버리기' 입니다. 9월 출산이 임박했고 12월 중순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스케줄에 맞닥뜨렸으니까요. 지금 당장에라도 하나라도 더 정리하는 액션을 바로 취하는 게 좋을 텐데 저는 또 이런 주제에 대한 책을 읽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요 👀
무시무시한 알고리즘은 제 고민을 파악하고 조수빈 아나운서 유튜브 채널로 저를 인도하였고 너무나 평온해보이는 미니멀한 그녀의 집에서 '단순하게 살아라' 책을 소개하신 영상을 보고 '이 책은 꼭 사야겠어!' 하는 욕망이 들어 사게 되었어요. 근데 처음 읽었을 땐 그냥 그랬습니다. 다 아는 내용 같고... 책이 좀 가볍다고 생각했어요. 책 중간중간 나오는 카툰(cartoon) 같은 일러스트도 이 책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일조했죠. 비슷한 주제의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와는 비교할 바도 못 된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왠지 뒤에는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책을 중간에 접지는 않았습니다 😄
그러다가 오늘 매거진에 참고하려고 재독했는데 이제야 보물 같은 부분들이 보입니다. 이래서 무언가를 기록하려는 노력, 공유하려고 하는 노력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더 잘 보이거든요. 기왕 읽는 책 '그냥 그랬어'로 끝내기보단 '~부분이 좋았어'라고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그 안에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취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니까요.
행복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내 자신 외부의 복잡함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특히나 함께 사는 가족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단순하고 심플한 삶은 거리가 멀어 보이죠. 특히나 어린아이가 집에 있는 경우는 더더욱이요. 일도 매번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 다사다난한 우리의 삶은 행복하고 단순하게 살 수 없는 것이냐? 하신다면, (예상하셨겠지만) 당연히 아닙니다.
방법은 단순해져야 하는 대상을 '나'로 좁히면 되는 겁니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모두 잘 해내려고 하는 그 마음 (가정, 일, 육아, 자기 계발 등....) 이 내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저자가 독자에게 주고 싶은 '단순하게 살기 위한 제안'은 바로 '좀 더 약해져라'입니다. '약해지세요-' 하는데 제 마음 한편 이 울컥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내면에는 심판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 언급했는데요. 그 내면의 심판관은 무의식적으로 계속 나타납니다. 저에게는 '너 똑똑하잖아' '참 용감한 첫째야' '나약해지면 안 돼' '씩씩하다 정말' 어릴 때 칭찬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어른들의 말들이 지금까지도 내면의 심판관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고 그것을 프라이드로 삼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던 그 마음들과 행동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겠지요. 그래서 '좀 더 약해져라'라는 이야기는 제 본능과는 매우 반대의 조언이었어요.
이 책에서는 약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소 유치한 방법들도 많이 제안해 줍니다 (번역이 되어 더 그럴 것 같네요).
- 잘못한 일 소문 내기 (가능하면 꾸며서 재미있게 하라고 합니다!)
- 불완전한 하루를 보내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다림질이 안된 옷을 입은 채 사무실에 나가고, 심지어 전화번호를 잘못 누르고 미안하다는 말도 해보라고 합니다 🤣)
그런데 이러한 제안이 절대 유치한 게 아닌 게, 이렇게 일부러 작정하고 하루를 보내면 하루하루가 전진이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세계에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무의식의 심판관들에게 펀치👊 펀치👊를 하는 것이죠.
꼭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책에서 뉴멕시코 대학의 조사 결과가 인용되었는데 '행복하고, 단순하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혀 대책이 없는 무모함과 완벽주의의 중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전혀 대책이 없는 무모함이 아니라면 좀 더 약해지고 실수도 용납하고 (오히려 내 실수를 사랑하고) 이런 실수에도 나와 함께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내 삶에 만족하게 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내 삶의 만족이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힘이 들어 못하겠는 일은 '못하겠어요'라고 말해보세요. '도와줘요'도 해보시고요. 퇴근길에 괜히 빙 돌아 가면서 엉뚱한 시간을 보내보세요.
"부담감에서 벗어나 길게 심호흡을 하고 나면 강함이 아니라 약함을 통해 삶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 <단순하게 살아라> 독일인 저자 베르너 퀴스텐마허, 로타르 자이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