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매거진부터 ‘self-care’에 집중한 칼럼들로 저희 매거진이 리뉴얼되었습니다. 셀프케어도 풀어보자면 큰 분야라 카테고리를 정하는 게 또 미션이었어요. 지난주에 소피님의 ‘가볍게 살아가기' 칼럼이 나간 후 회의 끝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미니멀리즘! 무언가를 ‘덜어낸다'라는 미니멀리즘의 콘셉트는 Me time 과는 또 살짝 다르고 특별한 것이라 따로 떼어 카테고리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단지 집에 있는 물건들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곳에서 그 콘셉트가 적용되지요. 일부러 의도 있는 여유 있는 스케줄도 포함되고, 욕심을 내려놓고 일을 줄이는 것도 미니멀리즘이 되고요.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원씽 (The One Thing)>이라는 책도 우리에게 ‘버리고 선택하라'라고 합니다. 매우 미니멀리즘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일반적인 미니멀리즘의 취지는 ‘줄이고 버려서 내가 더 삶을 즐길 수 있는 것에 (취미, 창조, 재밌는 일)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 하라’ 라면 <원씽> 에서의 목적은 ‘줄이고 버려서 성공해라' 로 프레임 되어 있어요.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라' 는 <원씽> 의 챕터명 중 하나에요. 그런데 저는 이번 매거진 주제로 거기다가 ‘말은 쉽지요'를 옆에 붙여봤습니다. 우리 모두 미니멀리즘의 효과에 대해서 다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게 어려울 뿐. 게다가 저는 세상은 그렇게 clean 하게 딱딱 버려지고 정리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일도 그렇고 집에 있는 물건들도 그렇고요. 아마도 저같이 반박할 사람이 있기에 <원씽> 저자도 이 책을 거의 300쪽 넘게 썼겠지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것은 단기간에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읽고 한순간에, 아니 3개월, 6개월 안에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는 사람은 극소수 일 거예요. 저도 당연히 그 극소수는 아니고요.
그런데 제가 최근 깨달은 사실은 내가 멍청해서, 머리가 나빠서, 게을러서, 어딘가 부족해서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혹시나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지 못하시는 분들께서 그것을 실패로 간주하거나 자신의 탓을 하실까 걱정이 됩니다. 제 생각에 라이프살롱 매거진을 읽고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은 모두 똑똑함 레벨 중간 이상의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시점에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지' 못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긴 호흡으로 요구되는 어려운 질문이라고요.
또한 저는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라'가 궁극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 중간에 우리의 시간들 - (특히나 살림을 하고 자녀를 돌봐야 하는 엄마들은) 엄청나게 자잘한 일들 사이에서 그 안에서 어째 어째 한두 개 쳐냈는데 또 두 개의 다른 일이 튀어나오고 변수가 난무한 우리의 일상이 고작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는' 어떠한 과정으로 전락하게 될 거예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온 에너지가 하나에 집중되어 있는 그 상태만 박수 쳐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fuzzy 하면서도 murky 하고 crazy 한 내 현재 삶의 상태도 추앙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fuzzy: (모습, 소리가) 흐릿한, 어렴풋한 (blurred) / *murky: (진흙 등으로) 흐린, 탁한 (cloudy)
왜냐면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하루를 잘 살아냈으니까요. 명확하지 않은 uncertainty 안에서도 앞으로 걸어갈 용기를 냈습니다. 방향성을 찾으려 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사회는 확실한 것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좋지 않은 것,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라고 썼어요. 여기서 버리고 선택된 그 상태는 확실한 상태입니다. 그것을 가장 최고의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상황도 괜찮다’라고 서로에게 이야기해 주면 어떨까 해요. 같이 만나서 차 한잔 마시며 서로의 상황에 대해 푸념도 나누고 웃기도 하고, ‘맞아 맞아' 공감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번뜩'! 뭔가 떠오를 수도 있고요. 원씽을 당장 찾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 내 삶은 축복이 가득하고 감사해야 할 것들이 많으며 이 시간들이 쌓여 나만의 원씽은 내 삶에서 적당한 시점에 자연스레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서로에게 이야기 해 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