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크라우더는 선천적인 난청으로 네 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했는데 작가 스스로가 말하기를 그로인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해요. 주변 모든 사물과 상황을 주의 깊게 봐서 부족한 청각 정보를 메워야만 했기 때문인데요. 저는 이 점이 그녀를, 모든 사물과 현상에 대해 경이감을 갖고 관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포카와 민>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 부모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10년동안 연작하여 총 7권으로 출간되었어요. 키티크라우더가 실제로 두 아들을 기르며 생긴 육아 에피소드를 그대로 담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시리즈중에서 <낚시하러 가요!>를 제일 좋아하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포카와 낚시를 하러 간 민은, 포카가 깜빡 잠이 든 사이에, 갑자기 낚싯대를 잡아당기는 힘에 이끌려 물 속 세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백작 부인은 포카와 민에게 융숭한 대접을 베풀고는 나를 따라 물 속 세상을 구경해보지 않겠냐며 제안합니다. 물방개등에 타고 공기방울 헬맷을 쓴 채로 아름다운 물풀 사이를 헤엄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신비한 이야기에요.
개인적인 견해일뿐이지만, 저는 너무 논리적이거나 너무 이성적인 이론을 아이보다 앞서서 제안하지 않고 있어요. 첫째가 일곱살즈음에 쓰나미, 지진에 대해 엄청 궁금해했어요. 유튜브 마이크에다 대고 '일본 쓰나미' '지진 해일' 말하면서 동일본 대지진 영상을 수차례 보았죠. 그랬더니 자연히 대륙붕, 마리아나 해구, 판 구조론 이런 이야기들을 궁금해 했습니다.그때에 딱 아이가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까지만 제공했어요. 더 어려운 지구과학 지식을 미리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이것과 연계하여 과학의 다른 분야로 이어지도록 애쓰지도 않았어요. 굳이 '직관'이 뛰어난 이 황금같은 시기에 직관의 발달보다 이성과 논리를 구태여 선행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글의 서두에 만10세 이하의 자녀를 두신 분은 이 책을 꼭 구매하도 좋다고 권한 이유를 아시겠지요? 저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선 자기도 물방개 등 위에 올라타, 수초 사이 숨어있는 물고기들을 만나는 상상을 해보고
말도 안되는 기상천외한 모험과 비밀스런 꿈을 꾸며 경이감을 느끼며 자라기를 바라거든요. 엉뚱하고 독특한 상상을 하다보면 그 안에서 비평과 사유, 몰입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 시간을 누린자들의 당연한 몫이니까요.
" 유년시절은 인생의 땅을 일구는 시간이다. 감정과 아름다움의 의미, 새로움과 모르는 것에 대한 열정, 공감과 연민, 존경과 사랑의 느낌이 들면 우리는 감동의 대상에 대해서 알고 싶어진다. 그렇게 그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 의미는 지속된다. 아이가 흡수할 준비가 안 된 수많은 자료를 주는 것보다 아이가 알고 싶어 하는 길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_ 레이첼 카슨, <센스 오브 원더>
by Bramaso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