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아침에 모처럼 남편과 함께 둘째와 솔이 학교에 내려주었는데, 대뜸 둘째가 '아무래도 형아는 학기말 때 수학 F- 나올 것 같아. 그때 시험도 F였잖아'라고 말하더군요. 듣던 저는 말은 바로 하자며 'F 아니었어. C-였어. 그리고 그건 시험 한 번이었고 성적에 들어가는 시험도 아니었댔어' 라고 받아쳤습니다. 제가 첫째가 된 것 마냥 방어를 하며 오히려 그렇게 나쁜 게 말 한 둘째를 꾸짖었습니다. 근데 이 아이는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했을까?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에 둘째가 '내 친구들 정말 이상해. 나보다 형아를 더 좋아해'라고 투덜거렸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형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랍니다.
저는 듣고 공감을 해준 뒤,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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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아이들은 형을 더 좋아할 수도 있어. 그건 그들의 영역이야.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그들의 몫이야. 그러니 그걸 이상하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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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조금 더 큰 사람, 형들을 동경하는 게 있어. 왠지 더 쿨해 보이거든. 준우는 교복도 다르고 바지도 청바지 입고 키도 더 크고 영어도 좀 더 잘하고. 그러니 좀 멋있어 보일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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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은 가끔 보는 사람에게 더 잘하기도 해. 자주 보지 않으니 더 다정하게 인사하기도 하고 - 매일 보는 너한텐 잘 보이지 않는 미소를 보였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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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 아이들을 미워하지는 말아 줘.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가족을 좋아해 준 거고, 너의 하나밖에 없는 형을 좋아해 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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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분명 너네 형 한 트럭 갖다주는 것보다 너라는 사람 한 명을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 분명히 있어. 왜냐면 너 같은 아이는 너 하나뿐이거든. 너는 만화도 잘 그리고 춤도 잘 추고, 웃기는 말이나 표정도 잘 짓지. 아 참! 너는 그리고 origami(종이접기) 도 엄청 잘하잖아! 그걸 좋아하는 애들은 너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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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네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걸 너의 마음을 다해서 즐겁게 하면 돼. 더욱더 승비답게 사는 거야. 그러면 그런 친구들이 너에게 모여들게 되어있어. 그러니 '이렇게 하면 형보다 나를 좋아할까?' 하면서 네가 아닌 척할 필요는 없어. 형같이 보일 필요 없어. 더욱더 승비같이 행동하면 돼. 그럴 때 만나서 친해지는 친구가 진짜 '찐!'이다. 지금은 못 만난다 해도 슬퍼하지 마. 꼭 나타날 거야. 분명~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래도 그 기분이 어떤지 공감은 많이 해주었어요. 왜냐면 그런 느낌 뭔지 우리 다 잘 알잖아요. 어릴 때 내가 소개해 준 친구가 내 친구랑 더 친해지는 그 느낌... 나는 외톨이가 된 느낌. 아시죠?
저는 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은, 제가 나이 들어서 찐 친구들을 많이 만난 이유는 모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난 후부터예요. 즉, 라이프살롱을 하고 난 이후부터죠. 물론 어릴 때부터 친한, 저의 온 민낯을 다 알고 있는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도 있고요:) 많이들 나이 들어서 좋은 친구 사귀기 힘들다고 해요. 그런데 가능해요. 한국에 5000만 인구가 있고 전 세계 79억의 인구가 있어요. 지금 이 순간, 함께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나눌 수 있는 마음 맞는 친구는 분명 있어요. 그런 친구를 만나는 것도 정말 즐거운 경험이고요. 누군가는 친구를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고 누구는 더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곳 유럽 타지에 와서 경험한 것은, 우리 모두가 친구가 필요하며 어떤 경우 새로 친구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번 주에 새로운 폴란드 친구와 함께 커피 타임을 가졌답니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따로 친구 만난 날!
조금 더 오픈 마인드로 나랑 코드가 잘 맞는 좋은 친구들, 아니 그냥 좋은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다면, 제가 아들에게 해줬던 말처럼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아주 순수하게 온 마음 다해서 (wholeheartedly)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고 열린 사고를 갖는 거예요. 그리고 온라인의 시대를 십분 이용해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좋겠죠.
아주 간단하게 들리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얼마나 쉽지 않던가요! 온 오프라인 통틀어 요즘 세상에 '순수하게' '계산하지 않고' '온 마음 다해' 하는 건 좀 위험하게도 느껴집니다. 온라인에서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에게 유리한 이미지와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는 시대이고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 '진짜 나' 보다 사람들이 좋아할 '나'를 만드는데 노력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제가 개인적으로 기록하던 비공개 인스타그램을 이제 하지 않고 라이프살롱 계정과 통합해서 하고 있어요. 물론 아이들 사진을 대놓고 올리지 않지만, 그래도 저에겐 큰 결정이었어요. 라이프살롱은 제 '일'이라 생각했고 비공개 인스타그램이 '내 진짜 모습'이라 구분 짓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꾸 라이프살롱 지나 계정에서 전문가처럼 보이고자 노력하려고 했고, 제 비공개 계정에는 일이라는 제 삶에서 큰 다른 부분은 전혀 언급도 하지 않았어요. 그랬던 나의 두가지 버전을 통합시켜 그냥 나 - '라이프살롱'이란 일을 하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하고 싶은 것도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은 김태진으로 운영하니 저는 개인적으로 덜 복잡하고 만족도도 높은 것 같아요.
오늘 아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주며 좀 뿌듯했어요. '엄마 어릴 때도 똑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 그런데 아무도 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 그냥 네가 더 그 친구들한테 잘해야지 걔도 널 더 좋아해 주지'라고만 말했을 뿐. 그러나 저는 그것보단 '더욱더 네가 되어라'라고 말해 준 것이 기분 좋았어요. 그래서 구독자님들께도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더욱더. 진심으로. 당신 자신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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