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살롱 매거진 71호 🍎
10.3.2024
Vol 71. 애쓰지 않으며 나만의 일과 삶 만들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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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으며'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태진아, 애쓰지 않아도 돼'라는 어른의 말씀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는 구절이에요. 저는 그전까지 '애를 쓴다' = '노력을 한다'로 해석해왔어요. 항상 노력해야 하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들을 '애를 써야 한다'로 해석해 왔던 셈이죠. 그런데 결혼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 어느 날, 시댁에서 시아버님께 '애쓰지 않아도 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이것은 제가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말이었어요. 그날 너무 놀라서 (솔직히 기쁘기도 했고요) 주위 여러 친구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해줬고, 몇몇 친구들도 놀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우리는 애쓰며 사는 게 미덕이 되었습니다.
이 문구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지난 주의 제 경험에서부터입니다. 지난주는 제가 아주 오랜만에, 아마 이탈리아 와서 초기에 적응할 때 빼고 처음으로 매거진이 나가지 못한 주 였어요 (죄송해요😥). 이제 막 돌이 된 막내가 어린이집 적응을 시작했어요 (디테일한 스토리는 아래 이탈리아 에세이에) 그러다 보니 심신이 지쳤나 봐요. 그런데 또 북클럽 스케줄 상 지난주에 모집 글이 올라갔어야 했고요. 스케줄을 미리 예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사실 쥐어짜서 '애를 쓰면' 할 수는 있었어요. 과거에 오후에 못하면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새벽에 못하면 밤늦게 하고, 아니면 주말에는 낮에라도 혼자 카페에 나가 (이것은 이제 솔이가 태어나고 불가능한) 일을 하기도 했죠. 제때에 못하면 어떻게든 만회해서 해냈습니다. 이렇게 했던 이유는 '이렇게 해야 한다'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더 괴롭기 때문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제가 실험을 해봤어요. 애쓰지 않고 제가 더 괴로운지 안 괴로운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왜냐면 저는 그 찜찜한 기분을 무엇보다 싫어하기 때문이죠. 그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정말 주말을 만끽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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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씨에는 자연을 만끽해야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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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아주 느긋이 일어났습니다. 그 전날 내내 이탈리아 음식만 먹어서 한식이 당겼는데 김밥이 먹고 싶은 거 있죠. 그래서 아침부터 김밥을 쌌더랍니다. 2시간이나 들여서 다섯 가족의 도시락을 싸서 가족들과 폭포가 있는 공원으로 피크닉을 갔어요. 한 30분 거리였는데 베로나가 그렇게 큰 도시인지 이번에 알았어요. 흰 구름이 둥둥 떠있는 파란 하늘을 보고 폭포수 소리를 듣고... 이때 한 번 더 제 상태 체크를 했는데 전혀 찜찜한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즉, 해야 할 일을 안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죠. 오히려 그 찜찜한 부정적인 감정을 저 아래로 밀어버리고 나도 기분 좋은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할 정도였어요. 돌아와선 또 저녁 먹고 밤엔 남편과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잤어요.
일요일엔, 인스타에서도 적었지만 아침에 30분 반야사 요가를 하고 눈물이 뚝뚝 흘렀어요. 나를 쥐어짜지 않고 나를 돌봐준 저 자신에게 오는 '응원' '위로'의 눈물이었어요. 또 오후에 가족들과 산책을 나가고 집에 돌아와 봉골레 파스타를 해먹고 치우고 솔이를 재우고 책상 의자에 앉아 그 자리에서 모집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12시쯤에 모든 일을 마쳤어요. 물론 며칠 더 늦게 모집 글이 올라갔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었다고 봅니다. 여태껏 저 혼자 너무 애썼던 것뿐.
애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나 자신 그대로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나 자신이 있는 상황도 부정하지 않고, 내 상황 탓도 하지 않고, 내가 모자란 부분도 탓하지 않은 채 그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애쓰지 않고 내 삶에 주어진 것을 오롯이 열심히 대합니다. 내 삶에 어떤 부분에 더 큰 중요성을 놓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 일을 내 건강과 가족과의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우선순위를 놓지 않습니다. 내 삶의 소중한 것들은 순위를 매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organically(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지요. 쥐어짜지 않아도 정말 해야 하는 것은 하게 되어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어쩌면 결과가 더 좋을지도 몰라요.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면, 이렇게 애쓰지 않고 사는 내 삶 안에서 나에게 자연스럽게 개인적으로 의미와 기쁨을 주는 일을 잘 관찰해 보세요. 그것이 정말 나다운 일이 될 수 있어요. 내 상황이나 내 삶의 리듬 같은 것을 다 뒤집어야 하는 그런 일 말고 자연스레 기쁨이 찾아오는 일을 찾아보세요. 아주 사소해 보일 수도 있고, 일 같이 보이지도 않을 수도 있어요 (일 같지 않으면 제일 좋은거 아닌가요..?). 기존의 전통적인 일이 아니라 그것이 '일' 인지도 인지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나만의 일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겠어요? 내가 만들어가는 것. 그 일을 하며 나다운 삶을 사는 삶.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지금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나만의 일을 하나 갖고 있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어요. 그런 사람에게서 나오는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반짝임이 있어요.
오늘도 애쓰지 말고 그대로 보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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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at 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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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있는 일, 조화로움은 단순히 삶의 가치만이 아니다. 그것은 조화로운 삶을 살려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운 자연 환경과 사회 환경에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이상이고 목표이다.
< 조화로운 삶 (원서: Living the Good Life) > -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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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자님의 소중한 답글
아버님의 소싯적부터 지금의 농부 아버님까지 사소하게 전해들었던 이야기로 제 머릿속 자리잡은 캐릭터와 저런 조언들이라니... 지나님이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얻으셨을지 전 감히 짐작이 가요... 제눈에도 눈물이 고일만큼 너무나 감동적이네요. 실제로 크게 성공적인 삶을 살아오신 분이 하신 말씀이여서인지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일인지 모를거다 라고 하시는 부분에서 왈칵 눈물샘 자극되었어요ㅠ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툭 한국에 돌아올때쯤엔 잘 되어있을거 같은데? 엄청난 용기와 원동력 불끈 불끈 얻으셨을거 같네요~! 지나님의 완벽했던 하루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예전 아기 키우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ㅎㅎ 전 밥을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는거에 굉장히 예민했었는데, 그럼에도 멋지게 차려입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솔이를 재우신 지나님 브라보~~!!
목요일이었다면 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고 학습을 봐주고 또 잠도 숙제처럼 재웠어야하는 날이었을텐데, 아이와 기분 좋은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아이를 기다리며 읽는 매거진은 그 어느때보다 여유로웠습니다💜 토요일에 발행되서 더 좋은 이유를 기술합니다😍 이렇게 피드백을 하며 지나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오늘은 남길 수 있는 여력이 있네요😂 지나님 아버님의 응원을 보면서 제가 늘 지나님께 듣던 그리고 느껴왔던 선한 영향력의 뿌리를 드디에 뵙게 된! 기분이었어요. 지나님의 다정함은 부모님께서 심어준 거였군요❤️ (감사합니다 부모님) 오늘 매거진을 읽으면서 이 글이 쌓여서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예약도서로 미리 구매했다가 출간일을 기다렸다가 책으로 만나 종이를 넘겨가며 읽는 날을 상상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전달될만한 가치가 충분히 그 이상으로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전에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라이프살롱이 없는 앞으로를 상상할 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 먼 거리에 있지만 소식 전해주셔서, 이렇게 매거진 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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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적응
가장 어려운 죄책감에서 나를 적응 시키다
지난주, 그리도 기다리던 막둥이 솔이의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있었다. 사실 기다리던 건, 약 4개월 전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전이다. 그녀가 오고 나서는 그다지 솔이의 어린이집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긴 대기 끝에 9월 학기 어린이집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사실 적응 기간이 오기 며칠 전부터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게 컸고 또 준비물은 왜 이렇게 많은지… 아침에 큰 애들 두 명 학교 보내는 것도 정신없는데 아기 솔이까지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는 게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적응 기간은 3일로 주 양육자가 아침 9시 반부터 3시 반까지 내내 함께 한다. 두 아이들 때는 잠시 1시간, 길어봤자 2시간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해서 이렇게 6시간 풀 타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3일간 나는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 하루 내내 일과를 3일간 함께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솔이가 몇 시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어. 그리고 이탈리아인들이 어린이들을 대하는 자세, 몬테소리 교육방침도 배웠다. 나는 애 셋 엄마라 내가 제일 많이 알 거라는 착각을 하고 갔는데 가보니 내가 제일 모르는 것 같았다. 같은 반 올리비아, 오로라의 엄마는 첫째 엄마들이라 그만큼 관심을 더 쏟는 때이고 그녀들이 좀 침착한 스타일이라서 그런지(내가 본 북부 이탈리아인들은 대부분 침착해 보인다) 정신없는 세 아이 엄마는 그녀들에게 많이 배웠다. 아마도 내가 이탈리아 어린이집이나 이곳 스타일 육아에 익숙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많이 알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좀 궁금한 게 많기도 했다. 아이들이 아침에 뭘 먹는지, 어떻게 자는지.. 등등 근데 지금 생각하면 그들은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남의 집 애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한’ 한국인 엄마의 모습일까? 아니면 새로운 나라에서의 새로운 방식에 궁금한 것일까?
둘 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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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살롱 정규 북클럽 '해리포터 1권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6주코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블로그 후기 읽기)
- [모집 예정] 해리포터 2권 6주코스가 14일에 시작합니다. 다음주 월요일 모집 시작! (카카오톡 알람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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