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0월 북클럽 도서였으나 캔슬된 마이클 싱어의 The Surrender Experiment 책을 읽다가 머리에 떠오른 문장이었어요.
저는 과거에 꽤나 이 문장대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간다' 같은 의지와 당돌함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저 미국에 가서 공부하겠어요'라고 말했던 16세 소녀가 저 아니었겠어요?
그런데 작년에 셋째를 낳고 이탈리아에 오고... 그러고 나니 이 문장이 다르게 보입니다.
결국 이 문장은 한 가지를 전제로 두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란 부분은 나의 will, 즉 나의 의지를 내 삶에서 일어나는 것들의 아주 큰 factor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내가 예상치 않은, 나는 의도적으로 그것이 일어나기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으나 일어나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아마 많이들 경험하셨을 거예요. 주위 사람이나 어떠한 상황에 연루되어 일어나는 일도 있었을 테고요.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제가 무언가를 active하게 하지 않으면 시간만 흐른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아주 없진 않아요. 이것은 FOMO(Fear of Missing Out) 과도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무언가를 하도록... 배우던지 소비하던지 공부하던지... 무언가를 하도록 부추깁니다. (FOMO에 대한 지나의 지난 유튜브 영상)
그런데 사실 가만히 있어도 내 삶에 일어나는 것들도 상당히 많아요. 그러나 그것들은 아주 잔잔하여 눈에 띄지 않죠. 가만히 있어도 우주의 섭리대로 진행되는 것들 - 예를 들어, 기어다니던 아기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하고 자기감정 표현을 하며, 큰 아이들은 조금씩 더 복잡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는 것, 그리고 가을이되어 집 밖의 나무가 조금 덜 초록색이 되고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것들도 충분히 엄청나고 경이로운 일들입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주의와 집중을 요하고 계속해서 '내가 무언가를 해야' '어떤 일이 생긴다'라는 마인드 셋을 가지고는 볼 수가 없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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